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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관] 북한의 2.13 합의 2단계 이행 전망
 
2007-08-02 11:25:18

북한의 2.13 합의 2단계 이행 전망

                

이교관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부총장․한반도문제 평론가)

 
                       
북한은 지난 2월 13일 북핵 합의(2.13 합의) 2단계 의무사항인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 프로그램의 신고와 이들 시설과 프로그램의 불능화(disablement)를 이행할 것인가.
 
겉으로 드러난 일련의 국면만 보면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북한 자금 2500만 달러가 지난 6월 중순 미 뉴욕연방준비은행과 러시아 중앙은행을 거쳐 북한 조선무역은행으로 송금되면서 북한은 2.13 합의 1단계 이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전격적인 방북(6. 21)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 대표단의 방북(6.26)에 이어 북한의 영변 5MW 흑연감속로 가동중단 조치와 IAEA 사찰단의 방북이 지난 7월 14일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2.13 합의 1단계 이행에 힘입어 지난 3월에 중단됐던 6차 6자회담 1단계 회담이 지난 7월 18-21일 베이징에서 수석대표 회담 형식으로 속개됐다. 참가국들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번 회담은 북한의 2.13 합의 2단계 이행 전망을 밝게 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회담에서 참가국들은 8월 내 각 실무그룹 회담 개최와 9월 초 6차 6자회담 2단계 회담 개최 등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2.13 합의 2단계 이행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이런 비관적인 분석을 뒷받침하는 단적인 증거는 지난 7월 21일 폐막된 6자회담에서 북한의 2.13 합의 2단계 이행 시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북한이 2단계 이행 시한에 합의해주길 꺼렸기 때문일 텐데 그 까닭은 다음 두 가지 배경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북한이 2단계 이행 시한에 합의해주기 전 한국과 미국 등 6자 회담 참가국들로부터 합의 대가로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의 보상을 최대한 이끌어내고자 하기 때문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부시 공화당 행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그 이후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행정부와 협상하려 하거나 아니면 절반의 성공에 그친 1차 핵실험의 미흡한 점들을 보완해 2차 핵실험을 100% 성공시킴으로써 완전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기 때문일 수 있다. 2.13 합의 이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힐 차관보와의 회담에서 파키스탄과 같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최근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군부가 현 수령결사옹위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인 핵무기 보유 방침을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포기할 경우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존재 기반이 무너진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2.13 합의 2단계 이행 시한이 확정되지 않은 것과 함께 2.13 합의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는 것은 경수로를 둘러싼 북미 간의 이견이다. 김계관 부상은 지난 7월 21일 6자회담 직후 베이징 공항에서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힐 차관보는 지난 7월 23일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폐기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경수로 제공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북한은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핑계 삼아 무기급 플루토늄을 소량이라도 만들 수 있는 경수로를 제공받아야만 핵 폐기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부시 행정부는 경수로도 소량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만큼 북한에 제공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핵무기 프로그램을 신고하느냐 여부도 2.13 합의 이행과 관련해 매우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이 미국으로부터 좀 더 많은 대가를 끌어내는 데 있다면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신고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북한의 최종 목적이 어떻게 해서든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북한이 HEU 프로그램을 신고할 가능성은 낮다.
 
사정이 이렇다고 본다면 북한의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 정부 당국은 북한이 핵 폐기라는 대원칙을 지키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다는 마키아벨리적인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6자회담과 남북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선진한국 8월 8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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