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26 15:12:50
한·미 FTA 추가협상과 ‘이익의 균형’
조영기(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화아카데미 부원장,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4월 합의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2차 추가협상이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미국에서 진행중이다. 신통상정책을 앞세워 국가 간에 합의된 내용을 고치자고 나서는 미국의 태도는 국제협상 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또한 협정문 서명 시한이 오는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
그러나 2002년에 제정된 통상법에 따라 신통상정책을 추진하는 미국의 처지도 이해는 된다. 통상법에 의하면 무역진흥 권한에 대한 의회의 감독권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외견상 미국의 통상정책은 무역대표부(USTR)가 맡고 있지만, 궁극적인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을 위해서는 미 행정부가 다수당인 민주당의 요구에 응하는 시늉은 필요하다.
미국은 추가협상에서 노동·환경 분야 협정을 위반한 국가에 무역보복 또는 벌과금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자동차와 개성공단 문제로 미국의 산업계와 의회의 불만이 상당히 많았다. FTA 협상 과정에서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자동차와 농산물, 개성공단 등이 추가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추가협상 의제를 보면 미국도 협상 파국을 원치 않고 있다.
노동과 환경 분야는 이미 기존 협정문에 상당부분 포함돼 있고, 우리가 예상해 온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깊이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또,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5대원칙을 준수하여 그 수준이 국제수준에 근접해 있고, 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환경협약도 가입해 있어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노동과 환경 분야에서 기왕에 합의한 특별분쟁해결 절차 대신 일반분쟁해결 절차의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일반분쟁해결 절차는 무역보복을 가하거나 제소국이 과징금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협정체결 과정에서 노동계와 이익단체들의 극심한 반대투쟁을 경험했고, 그 기억도 생생하다. 이러한 잠재적 부담이 다시 일부의 반 FTA 빌미를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추가협상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늘어나면 어렵게 조성된 국민적 공감대를 훼손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 비준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안이하게 추가협상에 임해서는 결코 안 되며 국익을 위한 추가협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기본협정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추가협상을 해야 하며, 국가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기본틀이 훼손되면 한·미 양국 모두는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국가발전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통상법은 국제 수준의 노동권 보호와 환경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즉, 무역촉진을 위해 노동권 보호의 수준을 낮추는 것을 금지하고, 자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경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추가협상에서 이들 분야 중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후진적 규정과 제도를 보완하여 선진적 노동과 환경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로 접근해야만 한다.
추가협상이 우리에게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기회이기 때문에 결코 손해만 보는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추가협상에서 미국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에 앞서 우리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전문직 비자 쿼터, 의약품, 지적재산권, 교육 등의 분야도 적극적으로 의제로 제기해야 한다. 우리의 올바른 보완전략 수립이 이익 균형의 원칙을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가협상은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을 납득시켜 극단적인 국론분열과 이념논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인한 국력 낭비도 차단할 수 있다.
♧ 이글은 6월 26일자 문화일보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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