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18 09:35:38
수도권 규제, 전면 재검토해야
안종범 (한선재단 조세재정팀장,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 기업이나 외국 기업 모두 수도권에 공장을 세우고 싶어 한다. 인력을 구하기 쉽고 운송비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희망은 곧 사라진다. 대한민국 수도권에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40개에 가까운 규제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1982년부터 시행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중심으로 과밀부담금제와 공장총량제 등으로 수도권 규제는 촘촘한 그물망을 치고 있다.
이런 수도권 규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된다.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경제가 붕괴되고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해지며 수도권 환경오염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지 하나하나 따져보자.
첫째, 수도권 입지를 규제하면 기업이 지방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수도권에 공장을 못 세우게 했더니 지방이 아니라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로 나갔다. 나라 사랑이 부족한 악덕 기업이라서 나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다. 기업들에 지방을 살리라는 의무를 지우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수도권 억제 정책이 다른 지역 경제성장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상충한다는 이분법적인 접근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둘째, 이제는 수도권 집중이 오히려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시대다. 한때 수도권 집중을 막으려던 나라들이 방향을 돌려서 수도권 광역화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가 규제로 서울을 묶어 두는 사이에 서울에 비해 런던은 2.5배, 도쿄는 3.5배, 그리고 상하이는 14배로 커졌다. 우리처럼 강력히 수도권 규제정책을 펴오던 일본은 최근에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그런데 OECD가 2006년 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서울은 도시경쟁력이 78곳 중 68위로 추락했다. 지금 우리가 수도권에 유치해야 할 것은 일부 첨단 업종을 통해 들어오는 고급인력이다.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인천이나 경기 등 수도권에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셋째, 이제 우리 산업구조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무거운 산업구조가 아니라 정보화산업과 같은 가벼운 산업구조다. 따라서 환경오염의 가능성은 한층 작아졌다. 그리고 요사이 기업들은 환경오염 방지 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수도권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살리고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서다. 다만, 수도권 규제완화가 지방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한 정책은 필요하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혜택을 본 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세 중 일부를 지방경제 살리는 목돈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전략인 셈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계기로 토지이용규제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자원이 부족한 좁은 땅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자산이자 재도약의 원천은 바로 사람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 좁은 땅마저 넓히자는 발상을 할 때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국토에서 도시적 용지는 6%에도 못 미치는 1인당 36평에 불과하다. 그런데 영국은 13%에 1인당 160평, 일본은 7%에 1인당 65평으로 국토의 면적은 비슷한데 성장에 활용 가능한 땅은 우리보다 2∼3배나 된다. 그래서 농업용지, 산지,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신성장동력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실망하고 있는 우리 농어민들도 기뻐할 것이다.
이제는 수도권이 살면 지방경제가 죽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오히려 지방경제가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수도권과 지방의 동반 발전 길을 하루바삐 터주자.
♧ 이글은 2007년 6월 12일자 문화일보 [포럼]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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