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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 통·폐합은 헌법 유린”
 
2007-06-13 09:40:56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 통·폐합은 헌법 유린”


강경근 (한선재단 감사, 숭실대 헌법학 교수)

 

국민이 국정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 자유의 생명선인 취재의 자유…
이런 식의 통·폐합은 언론 자유의 과잉 제한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을 훼손하는 위헌(違憲)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에 신(新)언론통폐합이라 할 만한 반헌법적인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 통·폐합’을 특유의 역발상 기개로 단행했다. 이 조치는 언론 탄압사에 그대로 기억될 것이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이 언론사 자체를 권력의 이름으로 강탈하고 소멸케 한 것이라면, 노 정권의 이번 취재 공간 거점의 통·폐합은 언론사의 손발을 권력의 칼로 자르고 정리해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원칙을 유린하는 것이다.

언론과 국가의 관계 속에서 종래로 제도로서 존재하여 왔던 이른바 기자실을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개방형 브리핑제로 바꾼 것이 지난 2003년 6월이었다. 기자실은 특정 부처의 주요 언론사 출입기자단만 이용할 수 있는 폐쇄성은 있었지만, 기자들이 주체가 되어 국민이 알고자 하는 정보를 취재하며 알 권리를 실현한 취재의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정부가 주인이 되어 국민은 관심이 없어도 정부가 알리고자 하는 바를 전달해 주는 공간으로 바꾼 것이 브리핑룸이었고, 그 결과 기자들의 부처 내 직접 취재는 상당한 정도로 제한됐다.

그렇게 반쪽의 취재 공간으로 연명하게 된 이것마저도, 지난 5월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라 하여 37개 부처에 있는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은 폐쇄하고 세종로 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 3곳으로 통·폐합하겠다고 한 것이다. 본청과 지방청, 일선 경찰서 단위로 돼 있는 검찰과 경찰 기자실도 각각 하나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런 마당에 업무의 특수성과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 청와대·국방부·금감위의 공간은 유지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혹시 임기 말 그리고 차기 대선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의 치적과 북한 김정일의 핵 문제 그리고 돈 씀씀이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 변명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바로 이런 궁금증들을 해결해 국민이 국정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 자유의 생명선인 취재의 자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의 통·폐합은 언론 자유의 과잉 제한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을 훼손하는 위헌(違憲)이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신문의 자유로운 발행을 심히 제약하는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의 핵심 조항을 위헌으로 확인하고, 그 보도에 대한 과잉 제한을 규정한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헌으로 확인한 주된 논거가 바로 자유 신문의 논리였다. 신문 시장을 포함하는 언론은 독자의 선택, 즉 국민의 뜻에 따라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지 정부가 이를 입맛에 맞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언론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간섭과 언론 통제를 체계화한 반자유민주주의적 법률인 신문법의 존재를 전제로 추진되는 취재공간 통·폐합 시도는 신문에 한하지 않고 모든 언론의 취재활동 자유를 과잉 제한해 ‘자유 언론’이라는 객관적 제도를 침해한다. 정보 공급자에 의한 폐쇄적·일방향적 전달로 인해 언론의 취재 활동과 국민의 알 권리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오는 위헌적 행태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적절한 규율은 경향 보호와 모순된다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취재공간 통·폐합은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지나친 비밀주의로 정보가 국민과 함께 자유롭게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활동 자체를 제한하여, 말 그대로 정부가 브리핑실에서 불러준 자료들을 기사송고실에서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관변언론으로 만든다

♤ 이 글은 2007년 6월 12일자 주간조선 [긴급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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