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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칸의 축배 들되 취하지는 말자
 
2007-06-05 11:58:31

칸의 축배 들되 취하지는 말자


조희문(한선재단 문화예술정책팀장, 인하대 영화학과 교수) 


영화 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경사다. 1987년 ‘씨받이’로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강수연), 몬트리얼 영화제 여우주연상(신혜수) 등이 이어졌지만 현존하는 영화제 중에서 칸 영화제는 규모나 권위 면에서 대표적이다. 예술적 성과를 강조하는 유수한 영화제에서 우리 배우가 평가를 받은 것은 한국영화의 세계화, 다양화가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영화가 국내외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한국 영화는 유수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잇따라 거두었다.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은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이번 칸 영화제에는 본선 경쟁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칸 영화제의 수상은 분명 축하할 일이기는 하지만 마냥 감격해야 할 일도 아니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칸에서 1946년부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나 모든 영화의 가치를 평가하고 대표하는 유일한 영화제는 아니며, 수상 결과가 개별 국가의 영화계 사정을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보아 칸 영화제는 주최국인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스며있는 여러 국제 영화제 중의 하나이며, 지역 안배, 신구 세대의 균형 등을 고려하는 치밀한 비즈니스도 작용하는 이벤트의 성격이 강한 행사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국과의 교류가 극히 제한되고, 한국 영화 수준이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던 시절이라면 유수한 국제영화제 수상이 위상을 바꿔 준다고 믿을 수 있지만 지금의 한국 영화는 기술적으로나 작품의 수준으로나 세계 영화들과 경쟁할 만한 단계에 들어섰다. 이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특정 국가의 영화에 대한 일반적 평가가 아니라 개별 영화의 성과에 대한 제한적 평가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를 넘나들며 주목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나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이 실제 영화제작 과정에서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일, 어렵게 완성한 영화가 흥행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수상이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가 얼마나 일시적이며 제한적인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수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감독이나 배우들 사이에서 영화제 수상이 중요한 목표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많이 보인다. 김기덕, 박찬욱 감독 같은 인물들이 젊은 영화인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국제영화제가 접근 불가능한 특별한 영역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가갈 수 있는 이벤트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기반이나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칸을 비롯한 여러 국제 영화제 수상은 성실하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수적 평가여야지, 그것을 목표로 삼는 일은 바람직 하지도 않으며 한국영화의 건강한 성장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기 어렵다. 칸 영화제 수상을 축하는 하되 취하지는 말아야 하는 이유다.
 
 
♧ 본 칼럼은 2007년 5월 29일자 경향신문 [기고]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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