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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철] 균형 잃은 균형발전정책
 
2007-05-29 10:40:07

 균형 잃은 균형발전정책
 

신도철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실장,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요즘 들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포퓰리즘의 지배와 사회의 발전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은 장기적.국가적 이익보다 단기적.정파적 이익에 봉사하는 정책과 프로젝트를 제시하기 쉽고, 사회의 발전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퇴행적인 이념과 정책이 횡행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해방 이후 최대의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꼽힐 만하다. 수도이전 공약은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대단히 성공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자원 낭비와 국민의 불편, 그리고 국가 경쟁력의 손상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다른 지역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추진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정책도 재정의 낭비와 지역 간 갈등, 업무의 비효율, 직원과 국민의 불편 등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에 모든 것이 과도하게 집중돼 지방이 침체되고 있으므로 수도권 집중의 억제와 낙후지역 지원 등을 통해 지역 간 불균형을 교정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 인식은 도시화와 지역발전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수도권, 또는 대도시권의 수용능력은 가변적인 것이어서 잘만 정비한다면 더 많은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추세는 광역화되고 집적화된 대도시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낙후지역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오히려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지역에 계속 남도록 유인하는 엉뚱한 효과를 낼 우려가 크다.
 
제대로 된 발전 정책은 특정 지역을 지원하기보다 사람과 자원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유로운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에 기초한 경제발전은 1인당 소득이나 생활수준의 측면에서 오히려 지역 간 균형을 높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균형을 통한 발전'이라는 참여정부의 정책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회의 발전원리를 도외시한 퇴행적인 정책에 불과하다. 경제발전과 산업구조 변화, 인구이동과 도시의 형성 등에 대한 그동안의 이론과 경험은 '발전을 통한 균형'이 올바른 균형정책임을 말해 준다.
 
이제 포퓰리즘적이고 퇴행적인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정리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수도 분할'을 가져올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이미 확보한 용지에는 대학도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대학은 물론 외국 대학의 분교까지 유치한다면 지역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도 일단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등 외국의 경험은 인위적인 혁신도시 건설은 자생력 있는 도시를 만들지도 못하면서 막대한 예산 낭비와 국가부채의 증가를 가져올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수도권은 세계의 대도시권과 교류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은 개별적 특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중앙정부가 직접 지역에 자원을 배분하고 규제를 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자율적인 발전을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정.규제.계획.교육.치안 등과 관련된 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혼선을 빚고 있는 1단계 균형발전 계획도 모자라 2단계 균형발전 계획을 대선 선거판에 던져놓고 밀어붙이겠다고 나섰다. 이 판에 기존의 균형발전 정책을 정리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폐해와 사회의 발전원리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은 지식인과 언론의 역사적 사명이다. 퇴행적인 균형발전 정책을 저지하고 자율적 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선진국 진입 여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07년 5월 27일자 중앙일보[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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