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3 11:03:46
남북철도연결이 위대한 시작이 되려면
조영기(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화아카데미 부원장)
지난 17일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철도시험운행이 분단 57년 만에 이루어졌다. 분단 57년 만에 혈맥을 이었으니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정부당국이 철도연결을 위해 61차례의 접촉을 가졌고, 지난해에는 남북한이 합의한 D-데이를 북한의 일방적 취소로 고비도 맞았으니 난관을 극복한 기쁨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당국은 더욱 감개무량해 하는 듯하다.
그러나 철도연결의 일회성과 2400억 원의 대북지원 대가로 얻은 철도연결은 상징성을 여지없이 훼손시켰다. 철도연결의 일회성이라는 카드는 북한이 군부를 핑계로 항시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을 우리가 제공한 꼴이 되었다. 즉 남북한 당국이 어떤 문제에 대해 합의하더라도 북한군부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모양세가 되고 말았다. 앞으로 남북한의 협상과정에서 국격(國格)이 심히 우려되는 국면이다.
북한의 기본원칙의 준수가 선결
남북한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끊어진 철도를 다시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남북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철도연결문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철도연결은 남북한이 합의한 준엄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합의사항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또한 철도연결에 북한군부와 합의하여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북한은 군부라는 관문을 추가하여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절묘한 수완(?)을 발휘했다. 이처럼 북한은 합의에 대한 ‘상호의무를 다 한다’는 협정의 기본원칙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도 군부를 앞세워 유리한 협상고지를 선점했다.
시험운행 당일 남한은 ‘위대한 시작’이라며 한껏 고무됐지만 북한은 ‘소박하게 시작하자’며 차분하게 응수했다. 철도는 연결되었지만 남과 북의 먼 마음의 차이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57년 만에 철도가 연결된 역사적 순간에 북한이 ‘위대한 시작’에 화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북한이 군부를 앞세워 모든 실리와 명분을 챙기겠다는 신호이다. 그래서 남한은 한마디로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어버리는 처지가 됐다.
물론 이번의 시험운행은 많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6.25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것이며 남북관계개선의 중요한 신호 중의 하나이며, 대륙에 접해 있으면서 고립된 섬인 남한이 섬에서 탈피하여 대륙과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위대한 시작’이 되려면
남북철도연결은 많은 과제가 있다. 우선 시험운행은 북한주민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위대한 시작’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북한주민의 자유와 인권, 김정일 정권의 폭정의 종식을 바라는 것은 북한의 독재체제가 남한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위대한 시작’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만 한다. 또한 남북철도연결이라는 일회성 이벤트를 통해 북한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북한의 선군정치를 강화할 뿐이라는 것도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 왜냐하면 강화된 선군정치는 김정일 체제를 더욱 강화하여 북한주민의 인권을 더욱 유린하고 정치범수용소를 더욱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한의 대북지원이 북한주민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따라서 남북철도연결이 ‘위대한 시작’이 되려면 북한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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