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 칼럼

  • 한선 브리프

  • 이슈 & 포커스

  • 박세일의 창

[강경근] 브리핑룸은 국민 것
 
2007-05-23 10:59:31

 브리핑룸은 정부 것 아닌 국민 것

 강경근 (한선재단 감사, 숭실대 헌법학 교수)         

                                                        
노무현 정부는 언론의 자유에는 색맹이다. 정권을 잡은 이후 언론 정책과 제도마다 언론 탈취를 기도하곤 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무엇보다 신문의 자유로운 발행과 배포를 심히 제한하여 권력의 ‘신문사 지배’를 가능케 하는 ‘신문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않다 하여 그 보도내용에 대한 정정보도를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등으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 ‘언론중재및 피해구제등에 관한 법률’도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브리핑룸(기자실)과 송고실이 도마에 올랐다.
 
브리핑룸과 송고실은 기자들이 주 출입처에서 기사 작성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언론사에 신속히 보내는 데 사용되는 곳이다. 국정홍보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의 브리핑제 운영실태를 조사하면서 우리와 같은 브리핑룸 제도는 찾기 어렵다 하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현재의 정부 각 부처의 브리핑룸을 다 없애고 세종로정부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을 포함하는 5곳에만 ‘브리핑 및 기사송고실’을 설치키로 하고 이를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정부가 비교의 대상으로 삼은 어디에도 우리와 같은 언론 탈취적 신문법제는 없다. 나아가 그들 나라에 비해 우리는 정례브리핑과 충분한 질의답변, 개별취재 응대 등에서도 미흡하다. 그러면서도 기자의 상주 장소를 헐고 매번 들어올 때마다 출입증을 받는 것으로 한다면 국민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정을 알 권리는 막힐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무슨 일을 하는지를 숨기고 입맛에 따라 흘리는 언론조작에의 유혹을 더욱더 많이 받을 것이다.
 
언론을 윽박지르는 법을 가지면서 전개되는 이런 식의 취재행위 제한은 기자들의 정부 청사 출입을 사실상 봉쇄한다. 공무원의 취재협조도 단념해야 한다. 그러니 국정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라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도 과잉으로 제한된다. 당연히 언론 자유의 본질적 내용도 침해한다.
 
정부는 2003년 9월에 이른바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 정보공급자에 의한 폐쇄적, 일방향적 전달 등으로 인한 언론의 취재활동의 제한 및 국민의 알권리의 중대한 제약 등을 가져왔다. 그런 가운데 현정부에 비판적인 신문들을 직·간접적으로 따돌리고 심지어 공무원들의 기고와 인터뷰마저 금지함으로써 언론을 하나의 코드로 줄세우기 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정부 내의 각 브리핑룸이나 정부 각 부처의 청사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곳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브리핑룸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주어진 장소이고 정부 청사 역시 국민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위하여 그 거주가 허락되는 국민의 것일 뿐이다. 거기에 상주하는 관리들의 소유가 아니다. 국가의 ‘정보’는 정부의 소유가 아니고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마땅히 공개해야 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국민의 권리의 시각에서 보면 관리들이나 기자들이나 똑같이 국민이 그 소유자가 되는 청사의 임차인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브리핑룸 폐쇄 기도가 노 대통령이 지난 1월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다고 하면서 표출한 언론에 대한 불쾌감을 형상화하여 제도화한 것이라면, 임대인인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안방만 빌린 임차인이 사랑방을 빌린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하는 것과도 같다. 임대인인 국민과 스스로를 단절케 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제도는 일종의 집단적 규칙이다. 브리핑룸 제도와 운영 역시 그러하다. 그 설정과 존속 내지 폐지는 우리의 언론환경에 견주어서 정해야지, 외국과의 단순비교는 정당화의 핑계가 되기 쉽다. 정부는 헌법정신에도 반하는 이번 브리핑룸 폐쇄 기도를 중단해야 한다.

♧ 이글은 조선일보 2007년 5월 22일 시론에 실린 칼럼입니다
  목록  
번호
제목
날짜
146 [강경근]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 통·폐합은 헌법 유린” 07-06-13
145 국민이 부끄럽다 07-06-11
144 [김영봉] 덴버의 MLB팀과 한국의 대운하 07-06-11
143 [김동수] 선진국이 되는 확실한 길 07-06-07
142 [노화준] 3만弗 시대 가려면 작지만 강한 정부 돼야 07-06-07
141 [황성돈] ‘국가정책대학원’ 만들어 우수한 고위 공무원 양성을 07-06-07
140 [이주선] 공무원 감축은 선택 아닌 필수 07-06-07
139 [김관보] 현 18부를 1원 10부로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 만들어야 07-06-07
138 [조희문] 칸의 축배 들되 취하지는 말자 07-06-05
137 [김일영] 대선은 YS와 DJ의 최후 승부처인가? 07-06-04
136 [신도철] 균형 잃은 균형발전정책 07-05-29
135 [정재영] 국가전략 쏟아내는 경쟁국들 - 조선일보 공동기획 특집 기사 07-05-28
134 [모종린] 분명한 목표, 치밀한 전략 갖춘 '선진화 세력' 나와야 -조선일보 공동기획.. 07-05-28
133 "선진화 혁명, 지금이 마지막 기회 " - 조선일보 공동기획 특집 기사 07-05-28
132 [이홍구] 20년 만의 '온난화 경종' 07-05-28
131 [김영봉] 공기업은 정권의 놀이터인가 07-05-28
130 [이창용] 큰 정부, 작은 정부, 이구아수 감사 07-05-25
129 [조영기] 남북철도연결이 위대한 시작이 되려면 07-05-23
128 [강경근] 브리핑룸은 국민 것 07-05-23
127 [이인호] ‘거품 한국’에 미래 있겠나 07-05-23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