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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국가 발전 위한 대선으로
 
2007-05-22 17:29:50

국가와 정치의 발전 위한 대선으로

 

김영봉(한반도선진화재단 지도위원,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한나라당을 분당 위기로까지 몰아갔던 대선 후보 경선 룰 문제가 이명박씨의 양보로 해결을 보았다. 박근혜씨도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서 한나라당의 집권에 같이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이로써 연말 대선에는 박씨, 이씨 가운데 한 사람만 출마하게 되는 것인가?

송(宋) 태조 조광윤은 원래 황제가 되려던 사람이 아니었다. 후주(後周) 황제의 명을 받고 거란과 대적하러 가던 중 그의 부하들이 대취해 잠든 그를 황제만 입는 황포(黃袍)로 둘러씌우고 만세를 불러 반역하게 했다. 그는 대의(大義)에 어긋난다고 거부했지만 부하에게 떼밀려 결국 ‘진교역(陳橋驛)의 변(變)’이란 거사를 하게 됐다. 조광윤은 그나마 결과가 좋아 임금이 됐지만, 역사상 이렇게 남에게 떠업혀 도전한 수많은 인물들은 대개 제 처지를 망치고 멸문(滅門)의 화를 입었다.

우리 야당 지도자들도 중요한 고비마다 대의에 거역해서 국민의 여망을 무산시킨 전적(前績)이 중국 못지않다. 제 뜻에 따라서도 하고 떼밀려서도 했겠지만, 실패가 빤한 이 일을 이들이 왜 하는지 그 해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공익(公益)이나 대의는 저버리지만 자기 이익을 챙기거나 붕당을 거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의 주변에 몰리는 인물들은 공당(公黨)의 집권보다는 국회의원 유지나 사당(私黨)에서의 자리 보존이 우선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도록 일을 꾸미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구족을 멸하는 응징이 없는 오늘날 저희 정당이나 지지자를 배신하는 일은 유권자들이 그들의 정치생명에 마침표를 찍도록 철저히 응징함으로써만 저지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한국인들은 저희 편이라면 전과자 아들을 세습해 출마시키든, 9차례 당을 바꾸든, 특정 지역 중심당을 만들든 무조건 찍어주고 관용하는 전통을 보여주었다. 이런 국민의 수준이라면 염치도 명분도 없이 오직 저들의 정치생명 연장을 도모하는 분파 정당을 언제 어디서나 만들 수 있다. 요즘의 한나라당 갈등도 분명 이런 사실에 고무 받았을 것이다.

여론조사들을 보면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10년에 걸친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는 정권교체를 강력히 염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좌파정권 아래서 법·경제·교육·안보·국민정신 등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얼마 남지 않은 선진국 도약의 기회를 속절없이 낭비하는 것을 지금 우리 국민이 절실히 인식한 때문일 것이다.

이런 때 등장하는 야당의 정치가라면 그들 앞에 닥친 운명적 부름에 본능적으로 반응함이 정상이다. 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시정의 필부라도 본능적으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돼 자신의 안위를 잊고 물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사당의 이익은 먼저 급한 일이 수습된 다음에 챙겨도 늦지 않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사명을 맡은 한나라당 인물들에게는 이 기본조건도 없는 것 같다. 이곳에는 경선 룰이나 후보자 검증을 구실로 서로 삿대질하고 판을 깨려는 인물이 넘친다. 이것은 바로 다음 대통령이 될지 모를 당파 수장들의 자질이 불러온 것이기도 하다. 이런 붕당이므로 앞으로 이 당이 어떤 나쁜 이미지를 얻을지, 후보 경선이 제대로 될지 단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민은 정치인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들이 공인(公人)이므로 당연히 도덕적 행위를 하리라는 예상보다는 사익(私益)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혼도 팔 수 있는 사람으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바른 행동으로 이끄는 방편은 국민이 가지고 있는 표뿐이다. 분열을 야기하는 정치지도자는 누구라도 정치생명을 다하게 하는 것이 국가 발전과 정치 발전을 이루는 길이다.


♤ 이 글은 2007년 5월 17일자 문화일보[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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