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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연금 개혁, 원칙있는 대안 필요하다
 
2007-05-14 18:19:21

연금 개혁, 원칙있는 대안 필요하다


 
김원식(한반도선진화재단 사회복지팀장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여권과 야권의 국민연금 개혁법안들이 서로의 반대로 국회에서 부결된 후 양자가 국민에 대한 면피용으로 서둘러 타협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기초노령연금법은 일부 손질을 해서 국민연금개혁을 마무리지을 모양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에 관한 한 무풍지대에 있던 기획예산처는 졸지에 기초노령연금의 재원 마련을 위한 공채 발행을 걱정하고 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앞으로 모든 후세대들에게도 일생 동안 적용돼야 하는 제도가 단순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타협, 변질되고 있다. 개혁안들에는 정치적 논리만 있고 합리적 근거가 없다.

먼저, 국민연금은 복지제도이자 경제제도다. 그리고 정부의 보조금이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는 금융상품이다. 국민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이유는 한마디로 남는 금융상품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품이 대규모 적자상품이다. 소규모 적자는 다른 상품의 수익으로 보전될 수도 있지만, 적자가 너무 커서 자본금까지도 까먹게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대규모 적자상품인 국민연금을 보험료가 아닌 세금으로만 메우려고 하면 성장에 필요한 재원이 고갈돼 국가경제는 파탄에 이르기 십상이다.

다음으로, 조세 방식의 기초연금제도는 국민연금과 전혀 다른 제도다. 전자는 ‘보조금’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연금급여를 보험료로 조달할 경우 개인은 기존의 개인저축을 국민연금으로 대체하므로 개인의 생애소득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 유인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조금 형태의 기초연금이 지급되면 노인들은 일을 하지 않고 기초연금 타령만 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근로기간을 타율적으로라도 연장해야 하는 마당에 기초연금은 고령근로자들의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고령자에 대한 가정이 틀렸다. 기초연금제도는 고령자들이 모두 저소득층이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그러나 고령자 모두가 저소득층이 아닐 뿐더러 앞으로는 개인들이 노후를 대비하여 자신의 생애 소득과 소비를 맞출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되도록 정부는 강력한 경제교육 및 제도적 뒷받침을 할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만 보더라도 국민연금은 사회경제적 요소까지 고려하여 신중하게 원칙에 따라 개정돼야 한다.

첫째, 국민이 원하는 연금급여 수준을 설정하고 수지 균형에 입각,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연금 급여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고려하여 조정하고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법정제도로 퇴직연금제도를 보장하고 있고 세제 혜택이 있는 개인연금이 있다.

둘째, 세금으로 조달되는 기초연금의 노후 보장성은 현재의 국민연금 급여구조 가운데 소득재분배 급여의 비중을 높여서 해결해야 한다. 소득 재분배 급여를 위한 재정을 분리하고 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가 일반 조세로 보전하면 된다.

셋째, 저소득 노인들의 노후보장은 기초연금보다는 기초생활보장급여로 해결하는 편이 낫다. 기초생활보장급여는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제도일 뿐 아니라 연령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받아야 하는 고령자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확대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국민연금의 재정적자는 고령화시대에 결코 피할 수 없는 화두다. 이번 국회의 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제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이상, 정치권은 합리적 원칙에 따라 제도의 백년대계를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


♧ 이글은 2007년 5월 12일자 문화일보 [포럼]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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