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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한나라당의 두 가지 착각
 
2007-05-14 09:33:16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한나라당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왜 걱정하는가? 한마디로 한나라당이 어떤 정 당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정당인지 자기정체성을 잊고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나라당은 두 가지 사실을 잊고 있다. 우선 자신들이 야당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우파정당이고 자유주의 정당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이것이 한나라당 위기의 근본원인이다.
 
첫째, 한나라당은 야당이다. 야당이란 정권교체를 최고목표로 하는 정당이다. 그러면 무엇보다도 먼저 왜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지난 5년간의 국정혼란의 진정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왜 경제가 가라앉고 안보가 불안하고 교육이 붕괴되고 사회가 기강을 잃게 되었는지, 그 참된 이유를 밝혀주어야 한다. 이 정권의 잘못은 한두 가지의 정책실패 때문이 아니다. 국정이념과 정책철학에 근본적 문제가 있어 실패한 정권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파적 역사관’과 20세기적 사회주의의 미망을 벗어나지 못한 ‘인기 영합적 평등주의’ 때문에 실패한 정권이다.
 
북이 핵실험을 하든 동포의 인권을 짓밟든 친북적 대북정책을 계속하는 것은 ‘좌파적 역사관’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기, 한미동맹 파괴, 과거사 청산 등도 모두 좌파적 역사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교육평준화와 3불정책, 행정복합도시라는 수도분할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개정사학법과 언론법, 세금폭탄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국가부채와 공무원 증원, 양극화 선동과 나누어주기식 복지 확대, 이 모두는 ‘인기 영합적 평등주의’에서 나왔다. 오늘의 국정실패와 국민고통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확실히 밝히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고 소명이다.
 
둘째, 한나라당은 우파정당이고 자유주의정당이다. 그러면 국민들 앞에 한나라당이 지키려는 ‘우파의 원칙’과 ‘자유주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 원칙과 가치야말로 경제와 교육을 다시 살리고, 안보와 사회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을 대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설득해 내야 한다. 한나라당은 우파보수의 깃발과 자유주의의 깃발을 확실히 들고 외교 안보 경제 교육 사회 문화 등 모든 국정분야에서 새로운 국가비전과 정책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비전과 정책을 추진하면 오늘의 민생불안과 국민고통이 해결될 수 있다는 국민적 확신을 주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우선 시급히 자기정체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정권교체를 위한 ‘역사관투쟁’, ‘이념 및 사상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좌파적 역사관이 왜 사실과 다르고 왜 시대착오적인지 밝혀야 한다. 지난 200년의 인류의 역사를 증거로, 왜 ‘인기영합적 평등주의’는 망국(亡國)의 길이고, ‘자유와 개방과 경쟁’이 국흥(國興)의 길인가를 밝혀야 한다. 또한 당내에서는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치열한 ‘비전 경쟁과 정책검증’이 일어나야 한다. 누가 우파의 원칙과 자유주의의 가치를 보다 잘 대변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누가 국정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경륜이 있는가 등에 대한 경쟁과 검증이 일어나야 한다.
 
지금 박(朴)씨냐 이(李)씨냐가 중요하지 않다. 개인이 아니라 나라의 명운이 문제이다. 적전분열하면서 이전투구해도 될 만큼 국운이 한가롭지 않다. 잘못된 역사관과 평등주의 때문에 국가안보가 해체되고 서민경제가 압살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지도자란 무엇인가? 선공후사(先公後私) 아닌가? 더 이상의 상호비난과 공격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두 지도자는 반드시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추락을 막고 역사의 역주행을 막아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의 대의(大義)’이다. 이를 거역하면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보수는 영원히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후손들에게 단순한 ‘야당실패’가 아니라 ‘국가실패’를 물려주는 한없이 부끄러운 선조가 될 것이다. 지도자는 반드시 ‘시대의 대의’를 두려워해야 한다.
 

♧이글은 2007년 5월 13일 조선일보 [아침논단]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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