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4 16:40:51
이합집산의 한국정치, 정책정당의 꿈은 어디에?
-------------------------------------------------------------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 ------------------------------------------------------------- 여러분은 요즘 정치권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탈당론, 분당론, 인물중심론, 합당론 등등 말들은 참 많은데 뭔가 공허합니다. 무원칙한 통합, 대선 주자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연 정책 정당의 꿈은 물 건너간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봅니다. 서울대학교 교수시죠, 한반도선진화재단의 박세일 이사장 연결해 보죠. - 김현정 / <이슈와 사람> 진행 : 안녕하세요?
= 박세일 /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안녕하세요?
- 평소에 정책 정당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실제로 정책 정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현실 정치에 참여하신 적도 있는데요. 우리 정치에 있어서 이렇게 정책 정당이 중요한 이유, 절실한 이유,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국민들의 매일의 삶이 있지 않습니까? 민생은 결국 정책에 의해서 영향을 받습니다, 국민들의 삶은.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보다는 국가가 어떤 정책을 세우고 어떻게 집행하느냐가 국민들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연히 정치 중심의 정책이 있어야 하고, 정치 중심의 정책을 두려면 당연히 정책 정당이 중심이 되어야겠죠.
- 그 정책정당이라는 게 지금 우리 정치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실현 가능할까요?
= 정책이라는 게 어떤 비전과 철학에서 나와야 되니까 우선 비전과 철학과 노선에서 구별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크게 나눠서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자유민주주의 정당과 진보좌파 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으로 이렇게 두 양당 정도로 자기들의 비전과 철학을 정리하면 거기에 기초해서 정책이 나오고 그 정책에 대해서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주면 그것이 바람직한 정책 정당의 길이라고 봅니다.
- 그런 게 잘 돼 있는 나라는 어딥니까?
= 보통 정책 선진국이라면 대부분 그렇게 되어 있죠, 구미의 여러 나라들이 대부분. 크게 봐서 보수우파 정당과 진보좌파 정당으로 나눠서 구체적인 정책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에 의해서 서로 경쟁하고 국민들에게 표를 얻죠.
- 그런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에 점수를 주신다면 몇 점이나 된다고 보세요?
= 글쎄, 우리나라는 잘 아시지만 보수라든가, 지역이라든가, 연고, 이미지, 이런 걸 중심으로 해서 권력투쟁형 정치입니다, 너무... 제가 보기엔 국가를 어떻게 발전시킬 거냐, 어떻게 해서 민생을 안정시킬 거냐 하는 비전과 정책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국가 경영형 정치가 아니에요. 정치인들 간의 권력투쟁 중심의 정치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정치 속에 정책이 없다, 비전이 없다는 얘기는 정치 속에 국민이 없다는 얘깁니다. 그게 지금 우리 현실이죠.
- 그럼 먼저 제 1당이죠, 한나라당부터 볼게요. 지금 정책 정당으로 제대로 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겁니까?
= 아직 멀지요.
-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입니다. 그리고 이념적으론 자유주의정당인데 보수정당, 자유주의정당으로서의 이념적, 사상적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이라는 게 이익집단이 아니잖아요, 가치 집단이니까.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보수적인 가치인 개인주의라든가 자유주의라든가 법체라든가 시장경제라든가 세계주의라든가, 이런 걸 반드시 지켜서 우리나라를 발전시켜야 되겠다, 발전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또 실천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대단히 미흡하죠.
- 지금은 대권후보 경쟁 때문에 그런 것들이 다 매몰된 느낌이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네요. 박세일 이사장님도 정치를 하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 당시에 이런 꿈들을 가지고 가셨을 텐데 왜 잘 안 되던가요, 한나라당 안에서?
= 여러 가지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요. 아마 한나라당도 앞으로 변하리라고 기대합니다. 지금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는... 야당이니까 야당의 목표는 정권을 잡아야 되는데, 그렇죠? 정권을 잡고, 또 정권만 잡는 게 아니라, 그 후에 나라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되는데 그 두 가지를 다 하려면 한나라당도 큰 변신, 변화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 당시엔 어떤 점이 그렇게 어려우셨어요?
= 글쎄 제가 보기에는 아까 똑같은 문젭니다. 한나라당이 과연 어떤 집단이냐? 가치를 추구하고 국가의 발전 비전을 추구하고, 올바른 정책을 찾아서 그렇게 노력하는 정당이냐, 아니면 이익집단이냐, 그냥 국회의원이나 되고 말이죠. 정치가로서의 기득권이나 유지하는 집단이냐, 그걸 확실히 정해야 됩니다, 제가 보기엔...
- 그 당시에는..?
= 그 당시에는 제가 볼 때 비전과 정책 정당적인 면모가 상대적으로 상당히 약했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의원 내 자리 어떻게 유지하느냐, 이런 정치적인 이익을 따지는 사람들이 훨씬 득세했다?
=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그 늪에서 못 벗어나고 있죠, 여야를 막론하고. 근데 여야를 막론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에 정권을 잡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고, 야당의 목표가 정권쟁취에 있다고 하면 당연히 앞장서서 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지 국민들이 따라가지 않겠어요?
- 근데 대선 주자간 갈등을 보면서 과연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는 게 빠른 시일 안에 가능할 것인가, 이런 회의가 들더라고요.
= 어느 나라건 빠른 시일 안에 되질 않습니다만 우리가 모두 그런 노력을 해야 됩니다. 정치인들 안에서도 그런 반성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소수라 하더라도.. 정치권 안에서도 노력하고 바깥에 있는 언론계, 학계 이런 데서도 우리 정치의 담론을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를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가고, 민생 문제를 어떤 게 푸는 게 올바른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비전과 정책에 대한 담론으로 언론, 학계가 자꾸 우리 사회를 끌고 가야죠. 그렇게 노력을 해야 되겠죠.
- 언론들도 너무 다툼, 대권을 향한 다툼에만 주목하지 말고 정책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된다?
= 맞습니다. 다툼도 그렇고, 개인적인 가십 정치 같은 것만 보도하지 말고, 지금 국민이 어려워하고 답답해하는 문제에 대해서 당신들은 입장을 갖고 있고 어떤 꿈을 갖고 나오느냐, 이걸 물어야 되는데 많은 경우에 누가 누굴 어디서 만났고, 누가 무슨 얘길 했고, 이런 별로 대세에도 지장이 없고 국민 생활에도 관계없는 얘기만 너무 많이 보도하니까 국민들이 식상해하고,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죠.
- 알겠습니다. 누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통합이 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정책 위주로 우선 이끌어가는, 담론을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 그렇습니다. 이합집산하고 만나고 하는 게 무엇 때문에 하는 지 국민들도 모르고, 본인들도 아마 모를 겁니다.
- 지금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갈등, 경선 규칙 변경과 관련된 논란들이 있는데요, 이 모양은 어떻게 보십니까? 바람직하게 돌아가고 있나요?
= 제가 보기에는, 서로 대선 후보 간에 갈등도 있을 수 있고 대립도 있을 수 있는데,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픈 프라이머리든 뭐든 경선 규칙을 정하는데, 경선 규칙을 당사자들 대표들이 나와서 어떻게 정하겠어요? 그건 중립적으로 제 3자적인 입장에서 당의 전체 승리를 위해서 어떤 규칙이 바람직하냐, 이런 입장에서 정해야지, 이게 누구한테 유리하냐 해서 서로 대표가 나와서 경선 룰을 정하면 되겠어요?
- 중립적은 누가 나가서 정해야 될까요?
= 그걸 찾아내야죠. 그 정도로, 당의 입장에서 양쪽 편에 속하지 아니하는 중립적인 당 인사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겠어요? 아니면 외부에서 사람을 모셔오던지 해서 당의 입장에서 판단을 해야지, 캠프 입장에서 판단하라고 해서 캠프 대표들이 와서 합의하라고 하면 구조적으로 합의가 어렵겠죠.
- 계속해서 어려운 상황이 될 거다, 이런 말씀이세요.
= 그걸 만드는 사람들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그런 가운데 오픈 프라이머리로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당에서 나오고...
= 그렇게 구체적인 문제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 그런데 오픈 프라이머리 얘기하면서 박세일 이사장님 이름도 나오더라고요?
= 전 그런 건 못 봤고, 요즘 저는 사실 그쪽 신문을 잘 안봅니다.
- 아, 신문을 잘 안 보십니까?
= 정치 쪽은 잘 안 봅니다. 요즘 저는 정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 알겠습니다. 범여권 얘기도 잠깐 해보죠. 누가 어떻게 탈당한다더라, 어떻게 모인다더라, 이런 얘기들이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통합, 쇄신 논의 가운데서 정책 정당의 가능성, 범여권 쪽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여러 가지 이합집산도 있고, 통합 논의도 있는데 다 좋은데, 나는 왜 이합집산하고, 왜 통합을 해야 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 명분을 모르겠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렇죠. 정치라는 게 대의명분인데 이합집산을 하고 통합을 하려면 무슨 원칙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다던가, 새로운 국가 비전을 갖고 모인다던가, 혹은 그게 다르기 때문에 헤어진 다던가 이래야 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보법 다 바꾸는 거 찬성하고, 수도이전 다 찬성하던, 같이 하다가 어느 날 튀어나와서 또 뭘 만든다니까, 내가 왜 나와야 되는지, 왜 그 때는 같이 손들어줬는지 서로들... 그렇지 않습니까? 그게 난 모르겠어요.
- 정책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만날 수도 있을까요, 앞으로? 이 과정 속에서?
= 아니, 그건 정책 이전에 무슨 기본적으로 가치를 공감하는 게 있다면 만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비전과 가치와 정책 중심으로 이합집산 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그렇지 않고서 이합집산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은 정책에 대해서 같이 손들고,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말이죠. 그러다가 또 지금은 나와서 한다면, 국민이 제대로 납득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 그래서 아예 정치면 신문을 안 보시는군요?
= 미안합니다.
- 그래도 보셔야지요. 안 보시면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언을 못 해주시지 않습니까?
= 연결이 된 김에 잠깐 이 문제도 여쭐게요. 4.25 재보선 과정에서 충청에서 한나라당이 참패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 이명박 캠프 간에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 행정수도 반대 문제를 놓고 책임론이 일었어요. 이명박 전 시장이 군대 동원해서라도 행정도시법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예전에 얘기했던 게 과연 충청 민심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된 게 아니냐? 이게 박근혜 캠프 얘깁니다. 그런데 박세일 이사장님도 크게 반대하시지 않으셨어요?
= 제가 보기에는 한심한 얘기들이에요. 수도이전,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위했잖아요. 대선 때 이번에 공약 내서 재미 봤다고 했습니다, 재미 봤다고... 재미 보기 위해서 우린 수도 이전하는 나라가 됐어요. 그건 국민 민법을 고려하지 않는, 국가 발전에 크게 장해가 되는 잘못된 결정이었습니다.
- 여전히 그런 생각 갖고 계시는군요, 그 때도 반대하셨는데..
= 당연하죠. 저는 결과적으로는 아마 수정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대안을 찾아서, 정책 대안을 찾아서 결국은 바꿔주지 않으면 국가 운영이 될 수가 없어요, 정부를 떼어 놓고는. 그래서 이건 여야 모두가 잘못한 거고, 야당도 당연히 잘못한 거죠. 국민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워서 인기영합해서 그런 결정한 게 아닙니까? 이걸 잘못 해놓고 지금 누가 더 많이 잘못했느냐, 덜 잘못했느냐, 이런 얘기를 하는 거 자체가 제가 볼 때 국민들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나라당 안에서 이런 논란이 있는 걸 빨리 접는 게 유리할 것이다?
= 누가 책임이 있느냐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다음에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하고, 그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바꿀 것이냐, 그래서 합리적인 대안을, 정부부처 이전 대신에 대학을 옮긴다던가, 다른 대안을 가지고 설득할 것이냐 그런 연구를 해야지, 지금 잘못된 정책을 누가 더 많이, 더 적게 했느냐를 논의해서 누구한테 도움이 됩니까?
- 예, 박세일 이사장께서 그 당시에 반대를 많이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했는데 여전히 그런 생각 가지고 계시는군요.
= 바로잡혀지겠죠. 앞으로 우리나라가 잘 될 테니까..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교수시고 한반도선진화재단의 박세일 이사장 만나봤습니다.
▶ CBS 이슈와 사람 : 오후 2시 5분 / 진행: 김현정 PD 연출: 손근필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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