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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訪北 의원들에 묻고 싶다.
 
2007-04-29 21:56:06

 訪北 의원들에 묻고 싶다

유호열 (한반도선진화재단 남북문제팀장, 고려대 행정대학원장·북한학과 교수)

 
김혁규 의원을 비롯한 이광재, 배기선, 김종률, 이화영 의원 등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다음달 초 북한을 방문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들의 방북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 이원걸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 경제계 인사 10여명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을 추진 중인 의원들은 이번 방북이 정지척 목적이 아니라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북한 경제특수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믿을 사람은 남한은 물론 북한에서도 아무도 없다. 이미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서 형체만 남아 있고 국민의 지지도는 역대 최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정국임에도 이렇다 할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마땅한 후보조차 없는 형편이다. 오로지 남북관계의 깜짝 이벤트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끌려는 조악한 정치 꼼수에만 집착하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데도 여전히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심혈을 쏟고 있다.
 
이번 방북을 추진하면서 경제공동체 구상이나 남북 경제공동선언의 창출 등 거창한 구호는 현재로선 빈말에 불과하다. 북한이 진정 남북 간에 진전된 경제협력을 원한다면 지난번 평양에서 개최된 제13차 경추위에서와 같은 막무가내식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쌀 40만t도 모자라 8000만달러에 달하는 경공업 원재료를 요구하면서도 2·13합의의 이행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확답도 내놓지 않았고,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도 북한 군부의 군사보장조치 합의란 조건에서 가까스로 승낙한 북한이 몇몇 열린우리당 의원이나 공기업 사장이 방북한다고 해서 남북 경제공동선언과 같은 중요한 합의를 할 이유가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다. 의원들의 방북에도 품위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의원들이 방북한다면 첫째, 현재와 같은 북한의 대남 정치간섭 철폐를 전제로 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방북을 불허하는 북한은 오히려 남한 대선 정국에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반보수·반한나라당 대결집을 끊임없이 획책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과 행태를 지적하고 중단시킬 각오와 자신이 있을 때 방북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아울러 현재 남북 경협의 시범사업인 개성공단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조업 중인 22개 남한 기업이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북쪽의 무리한 인력 관리 체계라고 한다. 이 점을 시정하고 보완할 수 있을 때 경제단체장을 인솔해 방북하도록 해야 한다. 납북자 수백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고 생존이 확인된 국군포로만도 수십명에 달한다. 지난번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이 억울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송환을 운도 떼지 못한 채 수십만t의 비료 지원을 약속했는데, 국회의원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양과 개성에서 북쪽 당국자들과 축배를 드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김혁규 의원뿐만 아니라 대선 정국에 뛰어든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도 조만간 평양을 방문한다고 한다. 남북 간 공식기구인 경추위에서조차 대표의 기조연설문을 사전에 제출하라고 윽박지르는 북한인데 학술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우려하는 것이 우리 국민이 그동안 체득한 학습 결과이다. 방북을 추진 중인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미군 유해와 함께 귀환한 빌 리처드슨 주지사나 납북 일본인들과 일본으로 데려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다. 명백한 납북자인 성경희씨나 김영남씨를 그들의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데려올 수 없다면 차라리 어정쩡한 신분으로, 모호한 목적으로 애매하게 추진 중인 모든 방북 계획을 즉각 취소함이 마땅하고, 그것이 곧 민심이다.
 
♧ 이 글은 세계일보 4월 25일자 [통일논단]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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