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김승욱(한반도선진화재단 노사관계팀장,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국민일보는 다른 일간지와 비교해 가격은 같지만 지면은 적다. 냉정한 독자들을 적은 지면으로 만족시키려면 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부족한 인력으로 질 높은 신문을 만드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불가피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일보는 의욕이 너무 앞서는 것 같다. 적은 인력으로는 다 잘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연중 기획 기사가 많아 새 소식을 깊이 있게 전하는 보도기능이 소홀한 느낌이다.
최근 한·미 FTA와 대선 주자들의 행보, 그리고 북한 문제 등 많은 인력과 지면이 투입돼야 하는 대형 이슈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이 터졌다. 그런데 그날도 국민일보는 '한국인 이혼 현주소' '선한 이웃 좋은 세상' '역경의 열매' '한국교회 신앙의 향기를 찾아' '전도특집기사' '기업 소개' 등에 지면을 할애했다. 이튿날도 'LG전자 글로벌 경영 앞장' '역경의 열매', 그 다음 금요일에는 '선한 이웃 좋은 세상'과 '역경의 열매'가 다시 실렸고, '한국인 이혼 현주소' '글로벌 코리아' 등이 많은 지면을 차지했다.
이런 기획기사를 많이 싣는 이유가 기독교 신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임을 잘 안다. 소외된 자를 돌보고 사랑을 실천하며 신앙생활과 선행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뉴스를 전하는 보도 기능에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다. 독자들은 기자들이 발로 뛰지 않고 손쉽게 지면을 채운다고 느낄 수도 있다.
좀 부지런히 움직이면 보도기능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기독교 향기가 드러나는 신문을 만들 수 있다. 이번처럼 총격사건이 터졌을 때 왕따 문화나 스트레스, 컴퓨터 오락 등의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방식으로도 계몽의 사명을 할 수 있다. 한인 사회의 가정과 그로 인한 자녀들의 고통을 심층적으로 다룸으로써 '한국인 이혼 현주소'와 같은 가정 문제를 다룰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이민 생활 중에도 믿음으로 자녀를 잘 키운 이민 교회 가정들을 소개함으로써 '역경의 열매' 기획과 같은 감격을 줄 수 있다.
이 기회에 글로벌 시대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생각해보자. 미국은 한국 정부의 애도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인의 집단 죄의식을 다뤘다. 범죄자의 국적과 범죄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국적을 문제삼다가 국가간 감정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국민국가 시대 발상이다. 특히 미국 같은 다민족 국가에서는 금기시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국제결혼이 늘고 인적교류도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도래할 다민족 사회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 천국이 그러하듯 이 세상도 다민족이 어울려 사는 것이 더 성경적이다. 국민일보는 사건 초기 처음에는 미주 한인 사회의 염려를 많이 다루는 등 국민국가적 시각에 기울었다. 그러다가 '어메이징 그레이스' 칼럼 등으로 방향이 수정된 것은 다행이었다.
주독자 층의 변화추이를 다시 파악해 장기적으로 선택과 집중의 방향을 설정하기를 바란다. 주 독자층과 기자층의 연령을 비슷한 비례로 유지하는 것도 집중의 방법이 될 수 있다.
♧ 이글은 2007년 4월 23일자 국민일보 [옴브즈맨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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