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은 4월 국회 임무
강경근 (한반도선진화재단 감사 ,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05년, 한국 사회의 현상과 미래에 대한 현 정권의 잘못된 인식과 처방이 극을 달리던 그해 말의 그 정점에 올라선 상징적 표현이 개정 사학법이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공교육을 광복 직후 어려운 나라 살림살이의 분담이라는 명목으로 90% 이상을 사학에 떠맡겼던 정부가, 교육입국이라는 사명감으로 나라를 경쟁력 있는 인재의 국가로 만들어 온 60여년의 사학을 하루아침에 부패 집단으로 매도하여 식물인간처럼 만든 법이 개정 사학법인 것이다.
지난해 4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은 사학법 재개정의 대승적 양보를 당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개정법 강행 처리의 주역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지난 연말 내놓은 사학법 개정안은 개정 사학법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사학 운영자들을 달래려는 비스킷이었다. 시대정신을 그렇게도 인식하지 못한 열린우리당은 통합신당모임이라는 분파를 복제하면서 축소되는 자체 분열적 상황에 처해 있다. 개정 사학법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법은 국민의 일반의사 표현이다. 그런데 일반의사를 무시하고 만든 법이 개정 사학법이다. 사학을 운영하는 주체인 사학법인의 학교경영권을 그 사학에 전혀 관계된 바 없고 심지어는 적대적인 제3자에게도 넘길 수 있는 길을 합법적으로 틔워준 민중적인 개방형 이사제. 그리고 그 개방형 이사 한 사람만으로도 사학법인의 임원 승인을 취소시킬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 동시에 그 승인이 취소된 정이사의 자리에 들어서는 임시이사의 파송 요건을 대폭 완화시킴으로써 궁극에는 재단을 합법적으로 접수할 수 있도록 ‘완장 지도원’을 파견할 수 있게 한 반영구적인 임시이사제. 교원과 직원 및 학생의 대표자가 참가토록 하고 그 설치가 의무화된 대학평의원회로 사학법인과 총장의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인민민주주의적 교육기구의 설치…. 이는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으로 확인하고 선언한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자율적인 사회 질서의 형성을 무시하는 위헌 법률과 다름없다. 개정 사학법을 대폭 수정하든지 폐기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만큼 교육시장 개방이 불가피할 것이다. 아시아 주요국인 일본, 중국 및 싱가포르 등은 미국 대학의 지배구조를 벤치마킹해 자국의 국립대학을 법인화하고, 사립대학의 영리대학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사학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자국 수준의 사학 자유 보장을 요구할 것은 뻔하다. 이때 국내 사학과의 역차별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다. 우리도 이미 2005년에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외국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이 지역에 설립하는 외국계 사학에 대해서는 개정 전의 사학법보다 더 폭넓은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은 하되 그 추천 방법을 다양화한다는 등의 폐쇄적인 자세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사소한 문구 다툼 차원에서 맴돌고 있다. 한·미 FTA를 타결케 한 노 대통령의 국정 자세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교육 쇄국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사학의 일부 문제를 과장하여 사학 전체를 심증만으로 벌주는 개정 사학법 때문에 전체 사학은 계속해서 ‘단체기합’을 받고 있다. 그러니 대학 총장들의 즉각적인 사학법 재개정 성명이 나오고, 종교 사학 관계자들의 단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할 필요도 없이, 4월 국회의 30일 회기 이내에 최소한이나마 지금의 민중형 이사제와 반영구적 임시이사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사학법 재개정을 해야 한다.
♧ 이글은 2007년 4월 19일자 문화일보 [포럼]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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