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북한과의 ‘슬픈’ 협상을 반복하는가?
이교관(한반도 문제 평론가,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부총장)
물론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1단계 합의 이행 지연을 일시적인 문제로 보면서 이를 궁극적으로 2.13 합의 자체 위반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는 다음 두 가지 점을 고려해 북한에 시간을 더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는 미 재무부가 북한이 마카오 소재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됐던 2400만 달러를 인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에서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렸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전 주석의 95회 생일 관련 전국 단위 행사 개최로 바빴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60일 시한’을 위반한 지 하루가 지난 4월 15일 북한 핵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쌀과 중유의 대북 지원 시기를 북한의 2.13 합의 이행과 연계하기로 결정했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2.13 합의를 위반하지 못하도록 제어할 수 있는 금융 압박을 핵심으로 하는 대북 지렛대를 자발적으로 없애버림으로써 북한이 합의를 위반할 때마다 이행을 촉구하거나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식의 슬픈 협상 행태를 반복하게 됐다는 데 있다.
이 같은 비판은 우리 정부에게도 똑 같이 해당된다. 우리 정부가 모든 대북 지원을 북한의 2.13 합의 이행과 철저하게 연계하는 상호주의 정책을 준수해 왔다면 북한이 이렇게 쉽게 합의를 위반하는 행태를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북한이 한미의 이 같은 슬픈 협상 행태를 이용해 궁극적으로 이미 개발한 핵무기는 보유하고 핵물질은 더 이상 생산, 확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국과 타협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더 이상 북한과의 슬픈 협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상호주의에 기초한 대북 지원과 인류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 공조에 입각한 대북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노력은 미국이 국내 정치적 사정으로 북한과의 슬픈 협상을 반복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일이다. 그 것만이 북한의 핵 폐기를 통한 진정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길이다.
* 이 칼럼은 '선진한국신문' 4월 25일자 장충동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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