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히 교육시장도 개방하여 소비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시장 개방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관치교육의 폐해를 없애는 것이다. 관치교육은 교육관청이 획일적 통제와 불필요한 규제를 통해 학교와 학생의 행동을 제약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관치교육의 상징인 평준화를 지속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관치교육은 획일화와 통제를 기반으로 하며, 교육 개방은 다양성과 자율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관치교육과 교육 개방의 지향점이 상반돼 엇박자로 움직일 것이 자명하다. 관치교육을 자율교육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우리의 관치교육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길고 질긴 관치교육의 생명력은 학교를 학생들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교육관청을 위한 조직으로 변신시켰다. 교육관청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학교의 자율과 창의성은 무참하게 훼손됐고, 교육 수요자의 목소리는 무시됐다. 그렇다고 관치교육이 공공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기는커녕 공교육의 붕괴를 자초해 사교육시장만 팽창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관치교육에 대한 혐오감은 교육 탈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미국내 한국인 학생이 9만3700여명으로 1위라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관치교육이 교육 실패의 주범(主犯)임을 보여주는 증좌들이다. 30여년의 관치교육 결과는 모든 교육 주체들을 불평꾼으로 만들었다. 학생은 입시지옥을,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교사는 과중한 업무를, 정부는 국민의 높은 원성을 불평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교육 기회가 팽창, 고학력 인력의 양적 팽창 기반을 갖추었으나 질적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또한 학령기의 대학진학률이 80%를 웃도는 고등교육 보편화의 시대에 들어섰다. 그리고 정보화와 세계화의 21세기에 산업화시대의 교육은 무용지물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공급자 중심의 관치교육이 수요자 중심의 자율교육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즉, 교육정책의 방향은 ‘양적 확대정책’에서 ‘질적 발전정책’으로 방향 선회가 절실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여전히 ‘3불정책’ 등 관치교육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관치교육을 고집하는 이유는 정책 결정의 독점적 혜택을 향유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국민은 구시대적 관치교육을 청산, 정부가 향유한 독점적 이윤을 교육 수요자에게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육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우리의 생존을 위한 문제다. 21세기 국제 경제환경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 주도형의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인적 자원의 양성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관치교육도 철폐되고 교육시장도 개방돼 획일과 통제가 만연한 교육환경을 자율과 창의가 넘치는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관치교육으로 인한 교육 실패를 경험했다. 관치교육은 21세기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에 사라져야만 한다. 교육 개방의 실익을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관치교육이 청산돼야 한다. 관치교육을 폐지하고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교육의 질적 발전은 상호 상승작용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시대의 흐름과 제도가 일치하지 않으면 발전이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래서 관치교육도 청산되고 교육도 개방돼야 한다.
♧ 이글은 4월 9일자 문화일보 기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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