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실효성 높여야
나성린(한반도선진화재단 부이사장,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고위공직자들의 2006년도 재산변동신고 결과 평균 3억1900만원이 늘었고, 신고 대상자의 65.8%가 1억원 이상의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 침체로 인해 대다수 국민의 저축이 줄어들고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현상과 대비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1억원의 재산 증가라는 것이 일반 서민들로서는 엄두도 못 낼 많은 액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정당한 경제 활동과 노력에 의한 것이라면 비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결과를 보도하는 대부분 언론의 논조가 지나친 재산 증가가 아닌가 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껏 돈을 벌고 재산을 축적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국부(國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위공직자의 경우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들이 일반 국민보다 투자와 관련한 경제정책과 제도 등에 있어 남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사익을 위해 남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오랜 기간 공무원들이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등을 통해 부정축재를 했던 경험을 우리는 기억한다. 사회 정의가 바로서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공직자들이 이러한 유리한 지위를 남용, 부당하게 재산을 증식하는 행위는 반드시 금지돼야 한다.
이번에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엔 보유 자산의 경우 거래가 발생하지 않으면 공개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부터는 미거래시에도 공시가격 변동액으로 신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공시가액이 시가보다 낮기 때문에 실제 재산 규모는 신고가액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거래가 있은 경우 실거래가로 신고했고, 저축이나 투자, 상속·증여 등으로 인한 순재산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기할 것은 이들 고위공직자의 재산 증가 중 가장 큰 요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다. 모 의원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분만 117억원에 달했다. 또 다른 공직자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재산신고액이 10배 이상 늘어났다. 고위공직자의 54%가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 덕에 상당한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주도한 대부분의 고위공직자와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버블 세븐 지역에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재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보유세가 부담되면 강남 집 팔아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라’고 했지만 실제로 이사 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실사(實査)를 통해 누락신고 등 허위 공개 여부를 확인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산등록과 신고에 대한 실사가 엄격히 이뤄지지 않아 공직자의 부정축재를 막는다는 재산공개제도의 원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작년의 경우 고위공직자의 5%에 불과한 4367명만이 불성실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들 가운데 한 사람도 직위를 박탈당하는 등의 중징계를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러한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부터는 신고된 재산과 재산 증식에 대해 실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하고 차명 재산이나 숨겨둔 재산이 없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부당한 재산 축적이 밝혀질 경우 반드시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부터 적용된 새로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는 가액변동신고제를 도입함으로써 재산 공개의 실효성을 많이 높였다. 그러나 여전히 직계 존비속의 고지 거부, 부실 심사 등으로 인해 부당한 재산 축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재산등록시 재산 형성 과정의 소명과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 강제 등을 포함, 재산 공개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문화일보 4월 2일자 포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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