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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국가발전을 위한 두 가지 선택
 
2007-03-29 09:53:48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나라가 안팎으로 어지럽다. 서민들 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언제쯤이면 경제가 살아나고 서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국정 운영은 아무나 하고,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 발전에는 분명한 원리가 있고, 이 원리에 따라 국정 운영을 하는 지도자가 있을 때, 나라가 발전하는 법이다.


그러면 ‘국가 발전의 원리’는 무엇인가? 지난 300년 동안의 인류의 역사가 주는 답은 다음과 같다. 즉 ‘자유 존중의 길’은 국가 발전의 길이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길이고, ‘평등 우선의 길’은 국가 퇴보의 길이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 발전의 원리’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역사가 자주 퇴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가를 발전시키는 자유보다 국가를 퇴보시키는 평등을 대중들이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자유는 창조와 진보를 만들어 내는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지만 그 가치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 그러나 평등정책의 효과는 즉각적이고 구체적이다. 그 이익이 수혜자들의 피부에 쉽게 와 닿는다. 그래서 대중들은 자유보다 평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자유도 평등도 모두 귀중한 가치들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평등 우선을 추구하면 평등도 이루지 못하고 자유도 잃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사회주의와 복지국가의 실패 경험이 이를 보여준다. 반면에 자유 존중을 추구하면 자유도 누리고 평등도 얻을 수 있다. ‘골고루 잘사는 선진국’은 ‘자유의 확대’를 통하여 얻어지는 것이지, ‘평등의 추구’를 통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역사의 가르침은 ‘자유야말로 평등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나 개인의 발전은 분명히 자유에서 오는데 대중들은 평등을 선호한다는 딜레마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여기에서 지도자의 중요성과 역할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대중과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커지는 민주화의 시대일수록 국가 발전의 원리를 바로 알고, 확고하게 이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principled leadership)가 나와야 한다. 국민을 끊임없이 설득하며, 나라를 대중 정서에 영합하는 ‘평등 우선의 길’이 아니라 국가를 진실로 발전시키는 ‘자유 존중의 길’로 이끌고 나가야 한다. 이는 마치 단 약은 몸을 해치지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이로운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지난 5년의 나라 발전의 후퇴, 국민 갈등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마디로 대중 인기에 영합하고 대중 정서에 아부하는 ‘포퓰리즘적 선동가’들이 나와서 이 나라를 ‘자유의 길’이 아닌 ‘평등의 길’로 끌고 가려 했기 때문이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행정수도 이전과 170여 개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평준화 정책의 강화와 교육의 3불(不) 정책,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막겠다는 규제 강화와 세금폭탄 등이 대표적 ‘평등주의 정책’이다. 그 외에도 각종 규제정책, 대기업정책, 비대한 정부 조직과 방만한 복지 등이 대부분 평등 우선이다. 이들 정책으로 경제가 추락하고 실업이 늘고 사교육비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 그 피해와 고통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낙후지역, 가난한 가정, 집 없는 사람들이 더욱더 살기 어려워졌다. 그동안의 평등 우선 정책으로 양극화와 가난의 대물림만 더 심화된 셈이다.


금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다. 이번에는 ‘평등주의의 유혹’과 ‘포퓰리즘의 덫’에 빠지지 않는 지도자, 이익집단들의 반발이 아무리 커도 확실하게 ‘자유주의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민의 대각성운동’과 바른 지도자를 뽑는 ‘유권자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역사의 흐름을 바로잡고 추락하는 국운과 표류하는 민생을 구해야 한다.

 
 
♣ 이 글은 2007년 3월 29일자 조선일보 <아침논단>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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