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不정책을 3可정책으로

매년 이맘때쯤이면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정부와 대학 간에 전선(戰線)이 형성됐다. 금년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학교의 장기발전위에서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3不정책이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라고 하자 대통령이 3不정책은 절대 폐지할 수 없다고 했다. 3不정책으로 정부와 대학이 또 샅바싸움을 시작했다. 3不정책을 고수해온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나가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논쟁은 가열될 것이다.
3不정책은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으니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10년의 세월은 교육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할 만한 충분한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3不정책의 폐해로 인해 모든 교육주체들은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육실패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기에 급급하다.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교육기회가 팽창되어 고학력인력의 대량공급기반을 갖추었지만 질적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또한 대학진학률이 80%를 상회하는 고등교육 보편화의 시대에 진입하였기 때문에 수요자 중심의 다양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의 고등교육의 방향은 ‘양적 확대정책’에서 ‘질적 발전정책’으로 방향선회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교육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잘못된 규제를 철폐하기 보다는 정책결정의 독점력을 이용하여 대학당국을 위협하고 있다.
관치(官治)는 획일적 통제와 불필요한 규제를 통해 민간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다. 3不정책은 교육에 대한 교육행정당국의 통제와 규제이다. 바로 3不정책은 관치를 통해 교육을 통제하려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이러한 관치교육은 학교로 하여금 교육을 내팽개치게 만들다보니 공교육 붕괴라는 참담한 현실로 돌아왔다. 따라서 3不정책이 폐지되면 학교의 자율과 창의성의 회복으로 인해 공교육이 정상화된다는 반대논리가 성립된다.
3不정책은 교육형평성과 계층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준다는 주장도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3不정책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했다. 이러한 학교선택권의 박탈은 다양성의 상실로 좋은 학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아 버렸다. 현재의 3不정책은 획일적으로 교육하고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해야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부모의 학력수준과 경제력에 따라 학력격차가 발생된다. 또한 치솟는 대학등록금은 저소득층이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요인이 되어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3不정책은 조기유학과 해외교육이민을 부추김으로서 국부를 유출하는 사회적 문제도 일으켰다. 형평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3不정책이 오히려 형평성을 더 훼손시키는 반작용이 나타났다.
입시지옥과 사교육비, 조기유학과 교육이민 등은 오늘 우리가 직면한 암울한 교육의 산물들이다. 이처럼 암울한 교육의 현주소는 변화를 거부한 관치교육 때문이다. 더더욱 관치의 3不정책은 21세기 정보화․세계화의 시대에 맞지 않은 제도다. 시대의 흐름과 제도가 일치하지 않으면 발전이 아니라 퇴보가 일어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관치교육의 3不정책은 자율교육의 3可정책으로 새롭게 디자인하여 선진교육의 기틀을 마련하자.
♧ 이글은 3월 29일자 선진한국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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