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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소득계층 가르는 정치
 
2007-03-28 10:27:27

 종부세로 부자 혼내주려다…

 
 

 안종범 (한반도선진화재단 싱크탱크팀장, 성균관대학교 교수)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동산 많이 가진 자 힘들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2%에게 세금 거두어 98%에게 쓰겠다”고도 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구분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인기 영합 정부의 전형적인 전술인가 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종부세 논란를 보면 이런 의심은 더욱 커진다.


과연 종부세를 도입해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세 부담을 급속히 늘리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부자들을 혼내주려는 것인가? 우선 종부세 부담을 급속히 늘려서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원래 부동산 보유세는 투기억제나 주택가격 안정이 목적이 아니라 지방정부 재원조달이 목적이다. 이런 보유세로 집값을 잡겠다면서, 그것도 지방세가 아닌 국세로 거두고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다. 미국의 경우 보유세율이 높을 때 집값은 더 올랐다는 점에서 보유세로 집값을 잡겠다는 시도는 경험적으로도 설득력이 약하다.


부자들을 혼내주려는 목적 또한 곤란하다. 종부세를 급격히 올리면 98% 국민들은 잠시 속이 후련할 것이다. 그러나 세금의 속성은 옮겨 다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느껴지면 집을 팔라는 조폭식(組暴式)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경제부총리도 이런 경제원리를 모르는 사람이다. 종부세 폭탄은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점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만일 종부세가 진정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것이라면 종부세가 부유세 도입의 시작이라는 것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부유세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자산을 포함해서 누진과세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종부세 대상에 주식이나 귀금속 등을 포함시키면 완벽한 부유세가 완성되는 것이다.


종부세를 이처럼 급격히 인상하게 된 단초는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우리 보유세의 실효세율, 즉 부동산 가격 대비 세금부담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1%로 높이는 것이 8·31 대책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실효세율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소득대비 보유세 부담률인데 대략적으로 선진국의 경우 3.5%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실효세율이 1%가 되면 이 비율이 10% 수준을 넘게 된다. 소득의 10% 이상을 매년 종부세로 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부담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부동산 보유과세 부담은 강남보다 강북이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지역의 경우 연평균 7% 정도 증가하는 반면, 강북 등 기타지역은 12%나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제 종부세 전체를 손보거나 양도소득세를 인하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은 뒤로 미루더라도 우선 지금의 혼돈을 멈출 수 있는 단기적 해결책을 생각해보자. 첫째, 6억원의 기준을 9억원 정도로 상향조정하고 실효세율을 1%에서 0.5% 정도로 낮추자. 1999년에 정해진 호화주택 기준인 6억원을 아직도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둘째, 고령가구나 실직자 가구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1가구 1주택 보유자 중에서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고령층에게 감면해 주는 미국의 제도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역사상 국민을 소득계층으로 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결국에는 정권도 나라도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기에 종부세로 뭘 이루겠다는 발상은 접어야 한다. 세금은 아무리 잘 거두어도 최종 부담은 반드시 모든 국민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이 글은 2007년 3월 18일자 조선일보[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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