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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철]한반도 선진화와 북한
 
2007-03-20 15:47:15
 

한반도 선진화와 남북한 문제

 

신도철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실장,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지난해 10월 9일 국민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뉴스에 많이 놀랐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13일에는 북핵 관련 베이징 6자회담이 타결되었다. 이제 남북장관급회담과 대북지원이 재개되었고, 북미 관계정상화가 논의되고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방송에서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가 잘 풀려나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보도와 논평을 연일 내어놓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이러한 ‘호전’되어 간다는 상황전개를 보면서도 마음이 밝아지지 않고 오히려 의구심과 답답함이 쌓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체제전환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있다. 계획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해가는 나라들을 일컫는 말로, 중국 베트남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크스탄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알바니아 등 많은 나라들이 이에 속한다. 이 중에는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한 나라들도 있다. 이미 EU에 합류한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은 체제전환 과정을 완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제전환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경제활동의 자유화, 시장기구의 역할 증대, 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확립, 기업의 민영화, 정부조직의 구조개편, 대외개방의 확대 등이 꼽히고 있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생각하면서 체제전환국들을 떠올린 것은 이들 나라들도 한 때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국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들은 최근 괄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2000-2004년 기간 동안의 성장률을 보면, 러시아 6.1%, 우크라이나 8.6%, 카자크스탄 10.3%, 우즈베키스탄 4.8%, 루마니아 5.9%, 알바니아 5.4% 등으로 나타난다. 이들 러시아와 동구 체제전환국들은 초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이제는 탄탄한 성장가도에 올라선 듯이 보인다. 특기할 만한 것은 1990 이후 지금까지 중국은 10% 내외, 베트남은 8%에 가까운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현 상황은 이들 체제전환국들과 너무나 대비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북한경제는 1990년-1998년 기간 동안 연평균 -3.8%의 성장률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다소 나아져 2% 내외의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2004년의 일인당 GNI는 914달러로 추계되어 1990년의 1,142달러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은 지난 20여 년간 뒷걸음 내지 제자리걸음을 해온 셈이다.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국가들이 한창 체제전환을 모색하고 있을 때,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적어도 중국을 본받아 개방 개혁을 해나가리라 생각했고, 남한의 도움을 좀 받으면 북한은 체제전환의 과도기적 고통을 덜 겪으리라 예상했다. 그 뒤 국민의 정부가 햇볕정책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북한의 개방 개혁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햇볕정책 내지 포용정책을 지속해온 지 10년이 가까워오는 현재, 북한은 체제전환을 이루기는커녕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대한 여망을 외면한 채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핵무기를 개발했다.

  지금 참여정부는 베이징 6자회담의 타결과 그 뒤의 상황전개가 그토록 자랑스러운가? 남한의 정치지도자들은 북한이 그 동안 주민의 빈곤을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해왔다는 사실에 일단의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끼지는 않는가? 국민들은 쌀과 비료를 북한에 갖다 주면서 전쟁위협이 감소되었다고 안도하고 있는가? 북한이 본격적인 개방과 개혁으로 나아간다면 주민들의 생활은 금방 향상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는 않는가? 한반도의 선진화는 무엇이 한반도의 선진화인지에 대한 국민들과 지도자들의 뚜렷한 비전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과연 얼마나 ‘호전’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 이 글은 2007년 3월 14일자 선진한국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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