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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돈]온-나라시스템의 미래
 
2007-03-19 11:31:43

         

          `온-나라 시스템`에 거는 기대와 우려


 

 

 

 

 

 

황성돈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화싱크탱크 팀장,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온-나라 시스템'(On-Nara System), 즉 온라인 정부업무관리시스템이 우리나라 54개 전 중앙행정기관들에 의해 공통으로 상호 연계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지 두 달 여가 지났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이 시스템의 개통에 주목하는 것은 그로 인한 변화가 가히 혁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혁명성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부 조직 내 상하 위계를 따라 순차적으로 처리되던 수직적인 업무처리절차 구조가 조직 내 여러 사람들의 각종 아이디어들이 일시에 조직 내 모든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처리되는 수평적 병렬처리 구조로 바뀔 수 있다.


둘째, 인지과학분야의 저명인사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의 지적처럼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 개개인의 합리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우수한 조직 시스템의 합리성이 작동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변화될 개연성이 높다. 이른바 개인보다 조직 시스템이 일하는 상황으로 변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예컨대 이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 모든 공무원들은 어떤 업무처리에 관련된 많은 다른 사람들이 현재 어떤 사항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그가 추진하던 모든 업무 내용들이 상세하게 후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업무의 연속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들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으로 기안되고 추진되었으며, 그 과정에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어떤 문제들이 있었으며 그것들을 언제 누가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정확하게 확인될 수 있게 하는 등 각종 정책들에 대한 이력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됨으로 인해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종사자들이 주문해 오던 이른바 정책실명제도 실시 가능해졌다. 또한 그렇게 관리된 모든 정책 정보들은 시스템적으로 유용한 고급 정책지식으로 가공되어 실무에 활용되는 등 정부조직이 학습조직으로 변모하게 된다.


셋째, 위 두 가지의 변화를 통해 이 시스템은 결국 우리나라 정부조직의 행정문화상의 변화까지 야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온-나라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어떤 업무 영역에 속하는 공무원들이면 그 업무와 관련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책 결정의 장에 제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상황에선 상명하복식의 기존의 권위주의적 행정문화는 설자리를 잃게 되고 대신 그 빈자리는 열린 민주형 행정문화로 채워지게 될 개연성이 높다. 요컨대 이번 온-나라 시스템의 개통으로 인해 우리나라 정부의 행정은 투명성과 책임성, 효율성과 민주성에 있어 파격적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의 것들은 아직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온-나라 시스템'이 실제로 그런 변화를 초래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많은 조건들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대통령은 바뀌어도 이 시스템은 계속될 수 있게 필요한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적인 관심과 지원, 솔선수범적 활용이 역할한 바 크다. 그러나 대통령의 관여 자체가 이 시스템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다음 대통령도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처럼 IT를 활용한 전자적 업무처리 시스템의 애용자라면 다행이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않을 공산이 더 크다. 그럴 경우엔 적지 않은 예산과 노력이 들어간 `온-나라 시스템'이 사장될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온-나라 시스템'을 공무원들이 써보니 여러 가지로 업무에 편리하고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게 그들의 피드백에 귀기울이며 이 시스템을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미세조정해 주는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이 시스템을 사용해 본 54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의견을 이런 관점에서 종합해 보면 특히 중요한 것이 이 시스템이 공무원들에게 업무를 추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를 줄여주거나 여러 가지 업무를 이 시스템 내에서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상의 전 업무처리과정을 설계해 주고, 법적으로도 그렇게 처리하도록 규정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점검과 교육훈련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 이 글은 2007년 3월 16일자 디지털타임즈 [DT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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