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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북한의 정상국가화 달성방법
 
2007-03-15 12:03:32
           대북지원과 인권문제 직접 연계 필요
 
 
 
 
 
 
 
 
 
 
 
 
 
 
 
 
(한반도선진화재단 통일정책팀장,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지원은 현금 아닌 생필품 위주로…주민이 남쪽 방송 수신할 수 있도록 해야
 
 

일년에 3개월은 주민들이 외부의 식량지원이 없으면 굶는 나라, 그러나 연간 국방비가 GDP 대비 30%를 초과하며 1회에 3,000억원이 소요되는 핵실험을 하는 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회만 되면 탈북을 꿈꾸는 나라,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국가에서 군량미가 부족으로 눈 덮인 겨울 산에서 먹을 것을 찾아 해매이며, 상관들이야 직위를 이용해 후방물품을 빼돌리기라도 하지만 사병들은 민가에 내려가 약탈하지 않는 이상 먹을 것을 구하기가 어려워 동복(冬服)은 물론 군화, 허리띠, 모자 등 지급받은 물건을 닥치는 대로 시장에 내다파는 나라, 석유도 생산되지 않으며 벤츠자동차가 평양 시내에서 가장 흔한 차종인 나라, 평양에 거주하는 상위 1%의 핵심계층 23만여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살림살이가 바닥 수준으로 비슷한 나라, 그래도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뉴욕에서 뮤지컬을 보며 미국과 여유있게 협상하는 나라, 이것이 2007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의 모습이다.


    유엔 회원국 192개 회원국 중에서 북한은 분명 비정상국가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06년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고문과 살인이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폭압정권이자 학정국가”라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탈북자의 면담기록이나 비정구기구(NGO)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의 정치범이나 반대파들에 대한 처형, 고문, 임의적 체포와 감금이 수시로 벌어지고 언론과 집회, 결사, 종교의 자유가 없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은 3월 6일 뉴욕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협상이 벌어지는 와중에 발표돼 주목되었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된다는 것은 국가지도자와 인민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국가리더는 세계 최고의 초밥을 먹기 위해 일본의 요리사를 초특급 대우로 초청하는 등 호위호식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먹는 문제 해결에 허덕이는 체제는 분명 비정상이다. 정권과 인민의 이득과 관심을 동일하게 하는 방안은 한반도 북쪽의 주민들을 감안할 때 시급한 과제다. 북한의 비핵화에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5개국이 매달리고 있지만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부차적인 관심사이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외국이기 때문에 북한 체제의 구성원 문제에 대한 언급은 내정간섭임에 따라 소극적인 입장이다. 거시적인 비핵화와 함께 미시적 차원의 ‘주민생활 및 인권개선 프로젝트’가 추진되어야 한다. 비핵화만 이루어지고 주민차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김정일 체제의 통치력이 국제적 공인을 받아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삶은 더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북한을 정상국가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는 한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동족으로서 훗날 통일이후 남한은 북한 주민들이 독재의 지옥에서 신음할 때 무엇을 하였는가라는 책망 때문에 혹은 북한의 비정상 불안상태의 직접적인 피해자로서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지금까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드는데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정책의 중심 화두는 바뀌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거의 매년 8,000억원 내외의 남북협력기금을 집행하고 수십만 톤의 식량과 비료를 북한에 지원하면서도 햇볕정책의 당초 목표였던 북한의 개혁․개방은 물론 북핵, 납북자 및 국군포로 등 우리의 주요 관심사를 사실상 거론조차 못하였다. 북한의 그릇된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조치에 대해서도 동참하기는커녕 반대하고 무력화시키는 일에 앞장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김정일 정권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하여 정부가 유엔인권결의안에 계속 불참하였던 과거의 관행은 북한을 상대하는데 있어 인민보다는 정권만을 고려한 결과다. 이제는 대북정책의 수혜대상이 북한의 인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권보다는 인민에게 도움이 되는 대북정책을 통해 인민의 목소리가 북한 정권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향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되어 대북지원이 재개되더라도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이산가족 상봉, 인권문제 개선 등과 대북지원을 직접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최근 20차 장관급 회담에서 납북자 문제 등에 진전이 없는 데도 대량의 식량과 비료가 지원되는 것은 유보되어야 한다. 남북대화는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도록 하는데 주력하여야 한다. 둘째, 북한 동포들의 인권문제를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되며 유엔에서 채택한 북한인권개선 결의안의 후속조치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회에 제출된 「북한인권개선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 한다.

  

    셋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모든 대북사업은 투명성을 기초로 추진되며 내역을 관보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행계획과 대북 접촉상황을 국회에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불가피한 대북 지원의 경우에도 현금보다는 현물을 활용하며 현물의 경우에도 가능한 인도적 차원에서 주민들의 생활필수품 중심으로 북한에 제공한다. 식량, 비료, 의약품 등 인도적 차원의 현물 지원은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투명성과 검증가능성이 전제돼야만 하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국제사회가 북한에 지원할 때 이루어지는 수준으로 가동하여 쌀이 군량미로 둔갑하고, 비료가 양귀비 재배에 투입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식량을 지원하는 경우에도 쌀보다는 옥수수와 밀가루 등을 혼합하여 인민들의 분배량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온다면 대담하면서도 실질적인 대북 지원에 나설 것이고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군사적인 긴장을 늦추는 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 하에 대북 지원을 뒷받침하는「국제이행기구」 설립도 추진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면 북한의 경제회복과 동시에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단계별 남북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다섯째, 북한 개혁․개방 활동을 강화하며 주민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선전활동(operation)을 강화한다. 외부의 정보들이 주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단파라디오와 언론 매체를 풍선 등을 통해 북한에 보내야 한다. 남한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이 북한에 직접 수신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한다. 과거 동서독의 대화 과정에서 방송수신은 중요한 동독인민들의 정보 획득원이었다. 이를 위해 국가정보원은 현재 남북교류협력 업무에 투입된 인원을 재조정하여 대북 공작활동을 강화하여야 한다. 2007년은 북한주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의 중심행위자로 부각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권과 인민을 구분하는 정민분리론(政民分離論)이다.

 

♧ 이 글은 2007년 3월 19일 주간조선 특집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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