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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3개월은 주민들이 외부의 식량지원이 없으면 굶는 나라, 그러나 연간 국방비가 GDP 대비 30%를 초과하며 1회에 3,000억원이 소요되는 핵실험을 하는 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회만 되면 탈북을 꿈꾸는 나라,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국가에서 군량미가 부족으로 눈 덮인 겨울 산에서 먹을 것을 찾아 해매이며, 상관들이야 직위를 이용해 후방물품을 빼돌리기라도 하지만 사병들은 민가에 내려가 약탈하지 않는 이상 먹을 것을 구하기가 어려워 동복(冬服)은 물론 군화, 허리띠, 모자 등 지급받은 물건을 닥치는 대로 시장에 내다파는 나라, 석유도 생산되지 않으며 벤츠자동차가 평양 시내에서 가장 흔한 차종인 나라, 평양에 거주하는 상위 1%의 핵심계층 23만여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살림살이가 바닥 수준으로 비슷한 나라, 그래도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뉴욕에서 뮤지컬을 보며 미국과 여유있게 협상하는 나라, 이것이 2007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의 모습이다.
유엔 회원국 192개 회원국 중에서 북한은 분명 비정상국가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06년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고문과 살인이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폭압정권이자 학정국가”라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탈북자의 면담기록이나 비정구기구(NGO)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의 정치범이나 반대파들에 대한 처형, 고문, 임의적 체포와 감금이 수시로 벌어지고 언론과 집회, 결사, 종교의 자유가 없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은 3월 6일 뉴욕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협상이 벌어지는 와중에 발표돼 주목되었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된다는 것은 국가지도자와 인민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국가리더는 세계 최고의 초밥을 먹기 위해 일본의 요리사를 초특급 대우로 초청하는 등 호위호식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먹는 문제 해결에 허덕이는 체제는 분명 비정상이다. 정권과 인민의 이득과 관심을 동일하게 하는 방안은 한반도 북쪽의 주민들을 감안할 때 시급한 과제다. 북한의 비핵화에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5개국이 매달리고 있지만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부차적인 관심사이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외국이기 때문에 북한 체제의 구성원 문제에 대한 언급은 내정간섭임에 따라 소극적인 입장이다. 거시적인 비핵화와 함께 미시적 차원의 ‘주민생활 및 인권개선 프로젝트’가 추진되어야 한다. 비핵화만 이루어지고 주민차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김정일 체제의 통치력이 국제적 공인을 받아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삶은 더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