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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공익법인에 대한 발상의 전환
 
2024-05-28 13:28:15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12월 ‘공익법인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7월 조사 발표 이후 6년 만이다. 공정위는 2018년과 비교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지배구조 등이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공익법인 이사회 구성원 중 특수관계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한 것(2018년 19.2% → 2023년 17.1%)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의 경우에는 자산 중 주식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2018년 21.5% → 2023년 16.7%)한 반면,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는 공시집단의 경우 주식 비중이 크게 증가(2018년 26.2% → 2023년 30.5%)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결권 제한 규제가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정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공정위가 오히려 한국 공익법인들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으로 본다. 먼저 공익법인 이사회 구성원 중 특수관계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다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일까.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 지배가 일반화돼 있는 유럽 각국에서는 이사회 구성에 설립자 또는 그 특수관계인의 참여를 제한하지 않거나 오히려 공익법인 설립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종신토록 법인 이사로 재직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과 괴리가 너무 크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경우 자산 중 주식 비중이 특히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을 매우 고무적이라고 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유럽에선 오히려 기업 오너일가가 대부분의 차등의결권 주식 대부분을 공익법인에 기부하고 그 의결권을 공익법인이 행사해 기업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며, 오히려 기업의 해체를 막아 기업의 영구적 존속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완전히 거꾸로 간다.

이처럼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규제와 의결권 규제 외에 상속ㆍ증여세법상 규제가 더 있다. 주식 취득 규제와 보유 규제가 그것이다. 현재 의결권 있는 주식 취득시 면세 한도는 상출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5%, 일반 공익법인은 10%,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20%까지다. 이를 초과하면 최고 60%까지 세금을 내야 한다(취득 규제). 미국에서의 면세 한도는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 20%, 제3자가 지배하는 경우 35%까지다. 그리고 대다수 국가들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 상속ㆍ증여세를 완전 면세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규제는 과도하다.

한국에서는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기업 주식 가액이 해당 공익법인의 총 재산가액의 30%(예외의 경우 50%까지 보유)를 초과하는 경우 매년 말 그 초과분의 5% 상당액을 가산세로 납부해야 한다(보유 규제). 이같은 규제 탓에 한국에서는 공익법인을 설립·존속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다. 실제 국내 공익법인 수가 2020년 최대 4만1544개에서 2022년 3만9273개로 감소했다.

대한상의가 최근 실시한 ‘상속세 제도개선방향 국민인식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의 약 75%가 기업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미 국민들도 기업 공익활동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와 기획재정부만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일부러 모르는 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대한상의는 공익법인 출연 주식의 상속 증여세 면세 한도를 1990년 이전과 같이 전면 폐지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은 면세 한도를 현행 10%에서 20%까지로 확대하며,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주식은 현행 20%에서 35%로 완화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대기업 오너일가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해 그 공익법인 운영에 관여하고, 공익법인이 기업을 통제하면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배당금으로 공익사업을 하게 한다면 기업 승계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기업의 사회공헌도 활성화된다. 공정위와 기재부 모두 발상의 전환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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