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베이징 6자회담의 합의는 북핵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덮고 가자’는 미봉적 연기(延期)에 합의한 것이다. 미국은 부시의 국내정치 입지강화를 위해, 중국은 회담 주최국으로서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그리고 북한은 돈과 시간을 버는 장사가 되니 기꺼이 합의했다. 한국은 다시 ‘북한 퍼주기’를 시작할 명분을 얻기 위해, 그래서 이번 대선정국에 ‘북한변수’를 최대한 이용해 보려 합의를 서둘렀다.
마음 아픈 것은 이러한 ‘국제정치 쇼’ 속에서 시름과 고통만 깊어가는 북한 동포들의 실상이다. 굶주림과 빈곤, 공포와 인권유린 속에서 꿈과 희망을 잃고 사는 북한동포의 문제는 이 지구상 어느 나라도, 그 어느 누구도 그 해결을 고민하지 않는다. 심지어 ‘민족’을 가장 크게 외치는 남한의 진보정권도 마찬가지다. 북한동포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한 채, 아마 머지않아 남북한 대표들이 모여 ‘냉전체제의 종식’과 ‘평화체제구축’을 노래할 것이다. 동포의 고통 위에 구축된 이러한 ‘사이비 평화체제’가 과연 가치가 있고 지속 가능한 것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지난 9년간 우리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었고 그 수단은 ‘햇볕정책’이었다. 두 가지 주장은 다 듣기는 좋지만 사실은 허구이고 ‘자기속임’이었다. 철저한 대중영합의 포퓰리즘이었다. 정부는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북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여 사실은 ‘분단의 고착화’와 ‘반(反)통일’에만 기여해 왔다. 또한 말로는 햇볕정책을 통한 북한변화를 주장하면서도, 실제행동은 북이 미사일을 쏘고 핵을 개발해도 ‘일방적 퍼주기’를 그치지 아니했다. 그래서 남남갈등만 증폭하고 오히려 ‘북한체제의 공고화’만 가져왔다.
북한동포의 고통은 한없이 깊어지는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이나 인권개선은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 그것을 우리 정부는 ‘민족공조’라고 불렀고, 북은 ‘우리 민족끼리’라고 불렀다. 사실은 명백한 ‘수령 독재와의 공조’였다. 결국 북한동포를 살리는 올바른 민족통일은 더욱 더 멀어져 갔다.
대북정책의 근본 패러다임을 다시 세워야 한다. 대북정책의 목표를 북한 동포의 삶의 개선에 두어야 한다. 공포와 굶주림으로부터의 해방,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정상적 삶이 가능토록 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북의 정상국가화’, 즉 ‘북의 개혁개방’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동포의 삶의 개선, 그를 위한 북의 정상국가화,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자유민주통일에 두어야 한다. 북한동포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사이비 평화통일’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자유민주통일’이 궁극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헌법 제4조에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고 하는 남북통일의 대원칙이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9년간 정부가 우리헌법의 기본원칙을 앞장서 유린했을 뿐이다.
어떻게 자유민주통일을 이룰 것인가? 그것은 북핵의 포기와 북의 정상국가화(개혁개방)에 기여하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강온(强穩)정책, 포용과 압박정책이 모두 포함된다.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오면, 크게 환영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동포의 굶주림 위에 핵개발만 고집한다면, 단호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역량을 결집하고 이웃들과의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일관성 있게 ‘북의 정상국가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것만이 북핵문제의 해결, 동포를 살리는 민족통일, 진정한 평화체제에 이르는 지름길이고 바른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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