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8 09:49:25
'외교대국 외치는 대선 후보 없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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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발동된 대선 열기에 더해 급작스레 대통령이 제기한 개헌 논의까지 덧붙여 올해는 시작부터 전 국민의 관심이 온통 국내정치에 쏠리고 있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고통과 불안이 국민들을 계속 힘들게 짓누르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국가적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국내 상황보다 국제적 변수, 즉 천하대세(天下大勢)였다는 역사적 교훈을 결코 소홀히 넘겨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날 세계는 역사적 전환기를 넘어가고 있다. 냉전의 종식으로 비롯된 유일 초강대국 시대의 막이 점차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여러 나라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각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시대의 이념적 굴레에서 탈피하고 새 시대에 걸맞은 실용적 목표를 추구하는 국제경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외교전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지난날 아시아의 패권국가 자리를 놓고 서로 팽팽히 긴장된 관계를 보여왔던 중국과 일본이 별안간 양국 간의 우호증진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진두지휘하는 일본의 대(對)중국 관계개선 노력은 수교 35주년을 맞는 올해 일본인 2만 명의 방중(訪中)으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화답하듯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도 "중.일관계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날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러한 주변 강대국 간의 화해 분위기를 환영하지만 반면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 외교의 전략적 진로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고비에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위상을 지켜가는 막중한 임무는 우리 외교통상부의 외교관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의 인적자원이나 예산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간 취약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외교 관련 부서의 인력규모를 비교해볼 때 이웃나라인 중국의 7100명, 일본의 5450명에 비해 우리나라는 1945명에 지나지 않는다. 중위권 규모의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3061명, 캐나다도 4702명이다. 물론 인력 규모의 차이와 외교의 질이 비례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전문성의 차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예산 면에서도 정부예산 대비 외교부 예산의 비중을 본다면 스위스의 3.7%는 예외라 치더라도 벨기에 1.9%, 호주 1.5%, 캐나다 0.9%, 일본 0.86% 등에 비해 한국은 0.42%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실태는 단순히 한국이 처한 국가과제의 특수성만으론 설명될 수 없고 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지도자와 국민의 인식이 충분하지 못한 것을 반영하고 있다.
건국 이후 전쟁의 참상과 경제개발 과정의 힘든 시기를 경험해야 했던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에 대해 특혜를 받는 특수직업으로 여기며 질시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자 1000만, 해외동포 670만 명 시대를 맞는 국민들의 불편.불만과 치열한 외교 전쟁이 가져오는 일진일퇴의 혼전 속에서 외교부나 외교관들은 여전히 국민들의 비판과 질책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근래 들어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취임으로 자부심을 갖게 되고 외교부와 외교관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세계사적 전환기에는 외교관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외교력의 중요성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고 한국 외교의 동력을 몇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될 것이다.
그러한 외교력의 확충을 위해서는 외교부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과감한 자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다음 외교부에 대한 각계각층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며, 특히 예산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는 외교 선진화를 위한 절대적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올 대선에선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에 못지않게 천하대세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한국외교의 선진화를 기약하는, 그리하여 세계 11위 경제규모에 걸맞은 세계 11위의 외교대국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날 세계는 역사적 전환기를 넘어가고 있다. 냉전의 종식으로 비롯된 유일 초강대국 시대의 막이 점차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여러 나라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각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시대의 이념적 굴레에서 탈피하고 새 시대에 걸맞은 실용적 목표를 추구하는 국제경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외교전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지난날 아시아의 패권국가 자리를 놓고 서로 팽팽히 긴장된 관계를 보여왔던 중국과 일본이 별안간 양국 간의 우호증진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진두지휘하는 일본의 대(對)중국 관계개선 노력은 수교 35주년을 맞는 올해 일본인 2만 명의 방중(訪中)으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화답하듯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도 "중.일관계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날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러한 주변 강대국 간의 화해 분위기를 환영하지만 반면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 외교의 전략적 진로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고비에서 대한민국의 안전과 위상을 지켜가는 막중한 임무는 우리 외교통상부의 외교관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의 인적자원이나 예산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간 취약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외교 관련 부서의 인력규모를 비교해볼 때 이웃나라인 중국의 7100명, 일본의 5450명에 비해 우리나라는 1945명에 지나지 않는다. 중위권 규모의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3061명, 캐나다도 4702명이다. 물론 인력 규모의 차이와 외교의 질이 비례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전문성의 차이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예산 면에서도 정부예산 대비 외교부 예산의 비중을 본다면 스위스의 3.7%는 예외라 치더라도 벨기에 1.9%, 호주 1.5%, 캐나다 0.9%, 일본 0.86% 등에 비해 한국은 0.42%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실태는 단순히 한국이 처한 국가과제의 특수성만으론 설명될 수 없고 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지도자와 국민의 인식이 충분하지 못한 것을 반영하고 있다.
건국 이후 전쟁의 참상과 경제개발 과정의 힘든 시기를 경험해야 했던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에 대해 특혜를 받는 특수직업으로 여기며 질시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자 1000만, 해외동포 670만 명 시대를 맞는 국민들의 불편.불만과 치열한 외교 전쟁이 가져오는 일진일퇴의 혼전 속에서 외교부나 외교관들은 여전히 국민들의 비판과 질책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근래 들어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취임으로 자부심을 갖게 되고 외교부와 외교관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세계사적 전환기에는 외교관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외교력의 중요성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고 한국 외교의 동력을 몇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될 것이다.
그러한 외교력의 확충을 위해서는 외교부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과감한 자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다음 외교부에 대한 각계각층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며, 특히 예산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는 외교 선진화를 위한 절대적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올 대선에선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에 못지않게 천하대세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한국외교의 선진화를 기약하는, 그리하여 세계 11위 경제규모에 걸맞은 세계 11위의 외교대국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 칼럼은 중앙일보 2007년 2월 4일자 이홍구 칼럼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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