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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큰 정부와 시장경제
 
2007-02-07 09:52:26

 

큰 정부인가 시장경제인가  
 
 
김영봉(한반도선진화재단 지도위원,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노무현 대통령은 몇 차례의 신년회견에서 그의 임기 동안 누가 대통령이 됐어도 경제는 어쩔 수 없었으며 앞으로 누가 온들 크게 달라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우리에게 기업의욕, 성장잠재력과 고용 창출력이 무성한 진로가 반드시 있었을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노 정부 4년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회주의에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는 “개인을 대신해 권위 당국이 결정해주는 체제”다. 이 정권의 국가 빚 늘리기, 공무원 늘리고 민간투자 규제하기, 국토 다시 짜기, 복지 증대, 기득권 타파하기, 국가가 수십만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상까지 사회주의와 부합한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과정에서 패배하고 소외된 민중을 배려하겠다는 고상한 목적을 가진 이념이다. 그럼에도 왜 사회주의는 역사적으로 잘된 예가 없는가. 근본적으로 사회주의란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드는 국가체제(man made system)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가 이기적 인간의 이익 극대화 행위를 통해 저절로 인도됨에 비해, 사회주의에서는 무오류, 지선(至善)의 지도자가 모든 사회적 교란과 갈등을 조정해 줘야 한다. 이런 절대적 영도자가 존재할 수 있는가.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에 따르면 “사회주의의 가장 나쁜 광고는 바로 그 여당(與黨)”이다. 무오류는커녕 위선·무능·부패한 지도자들의 인간적 행태를 봄으로써 사람들이 이 체제는 물론 사회주의의 좋은 이념까지 배척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확장은 그 자체도 문제다. 그러나 공공의 자원을 전리품 주워먹듯 마구 쓰고 나누기 좋아하는 집단일수록 큰 정부의 유혹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것이다.

 

노 정권의 지도자들을 예로 들어보자. 직선으로 설계된 부산신항 배후철도를 대통령이 퇴임후 살 마을에 철도역을 세우기 위해 설계 변경해서 디귿 자로 돌게 했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국가 투자사업도 모두 이를 배우게 된다. 총리후보와 야당 대통령 후보자 자식의 병역면제는 ‘부자들의 잔치’라며 신문에 혹독한 독설을 퍼붓지만 제 자식은 외국 국적을 취득케 해 병역을 면제시키는 인사를 국가 제일의 방송사장에 앉힐 경우 그 방송이 얼마나 후안무치(厚顔無恥)해질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현 정권 인사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은 수구꼴통이나 부패한 기득권자로 일괄 매도하면서 자신의 허물이나 실패는 모두 남 탓으로 돌리는 일이다.

 

공기업은 사회주의 정부의 축소판이다. 오늘날 일류대 경영학과의 가장 우수한 졸업생들이 삼성 LG 같은 대기업보다 공기업만 선호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공기업은 해고될 위험이 없고 힘든 일도 없고 월급 받고 몇 달씩 승진 공부만 해도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적은 월급 받고 일하느니 차라리 놀겠다는 구직 포기자가 100만이 넘었다고 한다. 공장은 외국으로 보내고, 그동안 저축한 돈은 외국에서 쓰고 놀고 교육하고, 마치 죽림칠현처럼 도피적 행태가 만연한 것이 요즘 우리 사회다. 경제 성장과는 담을 쌓게 하는 이런 해로운 사회풍조는 큰 정부 아래서 커진 또 다른 짐이다.

 

시장경제는 사회주의처럼 선량한 사람이나 이타주의자(利他主義者)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확고한 법치와 기업 자유의 시스템만 보장하면 자기 이익에 충실한 사람들이 스스로 도전, 창의와 경쟁에 나서 성장활력이 충만한 사회를 키워가는 것이다.

 

노 정부 집권 4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화두는 10년이 지나면 무엇으로 대한민국이 먹을 것을 찾을지에 대한 진지한 걱정으로 모아진다. 큰 정부를 택할 것인가, 시장경제를 택할 것인가. 좋은 정부를 뽑아 바른 길을 가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 이 글은 2월 1일 문화일보 '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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