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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책의 결과는 무엇인가. 문제가 단순할 때는 ‘올인’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문제가 복잡할 때는 열이면 열, 실패로 끝난다. 복잡한 병을 앓는 환자에게 한 가지 극약을 집중적으로 쓰면 병은 더 깊어진다. 올인 투약이 환자를 약화시키듯이, 올인 정책은 경제를 악화시킨다. 정책 담당자의 무리한 의지가 시장기능을 대체함으로써, 균형과 조화의 선순환을 막는다.
잠시 올인의 역사를 더듬어보자. 제1 공화국은 정치에는 실패했지만, 경제에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격심한 인플레를 수습했고, 수입 대체 산업의 기초를 육성했다. 그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시장기능이 살아 있었고 정책에는 아직 올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3 공화국은 산업화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큰 무리가 없었고, 쌀값·환율·금리 등의 중요 가격이 현실화함으로써, 경제정책이 시장기능을 존중한 덕분이었다.
제4 공화국에 접어들어, 중화학공업에 ‘올인’하기 시작함으로써 재앙의 씨가 뿌려졌다. 경제기획원과는 별도로 청와대에 ‘중화학기획단’이 설치되어,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경제성을 무시한 중화학 육성에 매진했다. 그것이 1차 오일쇼크라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때부터 한국은 정부고 민간이고 올인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인플레, 전반적인 불균형과 비효율이 뒤따랐다. 일부 중화학 산업이 살아남기는 했지만, 그 대가는 경제의 추세적인 경쟁력 약화였다. 그것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불러온 먼 요인이 됐다.
외환위기라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맞은 한국은 또하나의 올인으로 대처했다.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이 그것이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한 일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일이 많았다.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 8%, 기업의 부채비율 200% 등의 맹랑한 기준이 도입되어, 멀쩡한 금융기관이 ‘도태’되고, 많은 기업이 홍역을 겪었다. 올인 구조조정은 결국 경제의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켰고, 그 후유증이 오늘에 이른다.
뒤이은 참여정부도 또 올인 체질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투기’의 억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아파트 ‘투기’를 억제하고자 세금폭탄을 포함한 투기대책이 큰 것만으로 아홉 가지나 채택됐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만발했다. 결과는 두고보면 알 것이다. 올인이 강화되는 한, 시장기능은 죽어가고, 순환의 길은 막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고 한다. 국제협정에는 상대가 있는데 이쪽만이 그것을 ‘반드시’ 성취시켜야 한다면, 그 성공의 방법은 일방적인 양보밖에 없다. 한-미 우호를 증진시려면 그것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천만에, 그 반대다. 무리한 협정 체결은 그 우호관계를 오히려 해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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