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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무용한 부동산정책
 
2007-01-17 09:55:38

 

부동산 정책은 없을수록 좋다

 
 
 
김영봉(한반도선진화재단 지도위원,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1·11 부동산대책은 노무현 정부 들어와 크게는 열 번째,작게는 30여 번째 나온 부동산대책이다. 민간건설업체의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주(主)내용으로 하는 이번 대책은 장래 민간주택공급 위축과 주거품질 하락을 가져올 조치로 건설업자,경제전문가,기타 각계 여론이 모두 낙인찍고 있음이 특히 주목된다.
 
기가 막힌 것은 정부의 책임당국도 이 정책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반대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청와대와 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밀어붙여 탄생했을 것이다. 멀쩡히 종말의 사태를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세계에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정책이 많은 나라가 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처럼 부동산 문제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부동산 문제가 많아서 정책이 많은 것인가,정책이 많아서 부동산 문제가 많아진 것인가. 필자는 단연 후자(後者)라고 본다.
 
민간업체 분양원가 공개만 해도 향후 발생할 역효과가 너무 뻔하다. 먹거리를 예로 들어보자. 모든 식당에 정부관리가 가서 "너 원가가 얼마냐,이문(利文)은 절대 안된다"고 강요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얼마동안 우리는 정부 덕분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를 음식을 싸게 사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창업하면 태반이 망한다는 요식장사에 이문이 없다면 누가 남아서 악식(惡食)이라도 제공할 것인가. 한국 땅에서 식당은 모두 사라지고 수많은 종업원은 실직할 것이다.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여행,출장을 다닐 수 없을 것이니 관광업,숙박업도 사라질 것이다.
 
입을 것도 마찬가지로 국민 모두가 집에서 스스로 미싱 박아 옷 해 입고 다녀야 할 것이다. 원가를 따지자면 이효리,박찬호는 얼마기에 남보다 수백 배 돈을 버는가. 이익이 없으면 누가 투자하고 노력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허접스런 것만 소비해야 하고 그나마도 얻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아직도 양질의 물건 서비스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너무 비싸 부자나 특권층만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는 상품경제,곧 이익을 남기고 교환하는 경제다. 이익을 위해서 과거 모험가들이 풍랑,열병,해적과 싸워가며 목숨 걸고 장사했기 때문에 오늘날 큰 기업도 생기고 부(富)와 소비,과학과 문화가 생긴 것이다. 박정희 등 소위 '독재정부'가 기업이익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존재할 대한민국은 북한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기업이 없고 고용,세수(稅收)도 없어서 현재의 청와대 비서도 여당의원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민간업체의 원가를 공개해서 주택업자의 이익을 없앨 작정이라면 주택 짓다가 망한 사람들의 본전도 모두 찾아주어야 마땅하다. 기업가들은 기본적으로 위험(risk)에 도박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에게 "너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단지 잃기만 하라"고 강요하며 집을 짓지 않는다고 매도하는 시민단체들은 참 나쁜 사람들이다. 이런 판이 오래 지속되면 '래미안'이니 '자이'니 이름 붙이며 명품주택을 지어 수익을 남기겠다는 기업들은 다 퇴거할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능력 있는 기업가,경영자,기술,자원은 다 떠나고 한국의 도시들은 낡은 집,싸구려 건물만 즐비한 수치스런 슬럼으로 이름을 날릴 것이다.
 
현 정권의 나머지 부동산 제도와 정책이 그동안 야기한 문제는 일일이 설명하기도 벅차다. 오래 전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기적적으로 발전한 이유를 묻는 외국인에게 어떤 반도체 관계자가 대답했다고 한다. "정부에 반도체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정책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오늘날 자동차,조선,기타 정책이 없었던 곳은 모두 잘 하고 있는데 왜 교육과 부동산만 한국의 고질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는가. 똑똑하고 합리적 교육을 받은 경제부총리나 여당의 일부 정책지도자들은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지금 세상은 이런 이유를 모르거나 이를 외면하는 정치가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맡길 바엔 아예 정책을 없애는 게 낫다.
 
 ♧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 1월 16일자 다산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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