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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한일 주도의 핵폐기
 
2006-12-18 15:47:54
 김진현(한반도선진화재단 고문,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북한의 10·9 핵실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추적, 분석해 보면 협상에 의한 핵 포기를 기대하는 것은 확실히 비현실적이다. 북한은 냉전 때나 그 이후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전이나 후나, 1992년 한국과의 비핵화 선언 합의,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기본 합의, 2003년 베이징 6자회담 이후의 합의와도 관계없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이제 진정 ‘핵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허용하지 않으려면 관련 당사국들은 한 정권의 치적이나 집권자의 체면이나 ‘외교적 수사’에서 벗어나 확실히 북한 핵을 제거하는 실질적 방법에 구체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북한 핵무기를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은 김정일 개인 국가요, 따라서 북한 핵은 김정일 개인 핵무기이기 때문이다. ‘실패한 국가’의 개인 핵무기는 테러리스트 손에 있는 핵무기와 같다. 김정일의 거세·제거나 확실한 핵우산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 같은 정치적 접근이 얼마나 실현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었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박사의 말대로 남북전쟁 이후 최고로 국론이 분열되고 초당 외교의 전통이 깨지고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미국의 이상주의가 후퇴하고 현실주의 외교로 치닫고 있다. 무적의 세계 최고 군사력을 갖고도 이라크·이란의 늪에 빠지고, 석유는 문명 충돌의 아랍 세계에, 재정·무역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본은 중국에도 의존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현실주의 ‘외교’가 펼칠 북핵문제 처리의 한계가 보인다.


이제 핵문제는 ‘핵폭탄은 지구·인류 파괴 무기’라는 보편적 원리로 대처해야 한다. 북한 핵이건 이란 핵이건 마찬가지다. 미국과 핵 보유 5대국은 이 점에서 인도 핵문제 처리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선택적인 응징(이란, 북한)과 선택적인 예외(인도, 이스라엘)가 세계적 확산 방지 질서를 깨고 핵 확산의 길을 트고 있다.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대 특권적 핵무기 보유국들도 1968년 NPT조약 문구대로 ‘핵무기 폐기와 핵 경쟁 종식에 유효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하고, 핵무장을 시도하는 모든 국가는 응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5대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탄두를 계속 늘리는 중국과 에너지 확보를 이유로 핵 발전(發電)을 요구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이집트,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메리카,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의 핵 확산을 막기 어렵다.


핵무기 기술조차 민수용(民需用)과 군사용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기술자들도 세계화되어 가는 추세에서 5대 핵 대국이 NPT의 핵 보편원리, 즉 ‘핵무기 폐기와 엄격한 응징’의 체제를 실천적으로 마련하지 못하면 당면한 북한과 이란 핵은 물론 지역 분쟁마다 핵이 등장하는 홉시안(Hobbesian)적인 세계적 핵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재래식 군사력 유지비용보다 핵무장 비용이 더 싸다는 군사효용의 가치가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6자회담에서 한국과 일본만이 핵무기 없는 당사자가 되었다. 일본은 이미 1970년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방위청장관 시절 “일본 헌법은 방어용 핵무기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고, 2006 현재의 아베 총리, 아소 외상도 같은 소리를 외치고 있다. 미·중 주도의 베이징 6자회담은 북한 핵을 폐기시키느냐 아니면 한국과 일본(대만까지)도 핵무기 보유국으로 만드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미국의 현실주의와 중국의 중화주의 외교가 6자회담을 애매한 ‘외교 협상용’ 현상 유지 무대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제 6자회담의 애매성과 북한 핵을 폐기시키는 확실한 길은 “북한이 핵무기를 확실히 증명된 방식으로 폐기하지 않는 한 한국과 일본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 선언을 기초로 북한뿐 아니라 5대 핵 국가의 핵무기 폐기까지를 주도하는 것이다. 그런 보편적 핵무기 폐기 원리를 주도함으로써 강화된 NPT의 새 질서를 만들고 핵무기 없는 세상의 보편적 이상에 앞장서는 것이다. 끝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때 미국과 중국도 그 대가를 지불하든가, 아니면 한국과 일본도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 설 때라야 미국과 중국도 확실한 북핵 폐기로 갈 것이다.


이 글은 12월 15일자 조선일보 [시론]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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