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 속에 한국의 미래가 있다
『한국경제 제3의 길』 김형기 / 한울아카데미 / 2006
나성린 (한반도선진화재단 부이사장, 한양대학교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선 기존의 우파와 좌파 노선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놓고 합리적으로 경쟁하려는 ‘뉴라이트’와 ‘뉴레프트’ 사조가 나타나고 있다. 저자(경북대 교수)의 이 책은 뉴레프트 입장에서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21세기 글로벌화와 지식기반경제 시대에는 기존의 고비용·저효율적 사회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나 경제불안정성과 사회양극화를 초래하는 신자유주의 모두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모형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한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로 기존의 개발독재 성장모델이 붕괴되고 그 이후의 김대중 정부에서 실시된 신자유주의적 개혁도 저성장과 양극화를 심화시켰기에 이 두 가지 발전모델을 넘어서는 대안적 발전모델로서 ‘한국형 제 3의 길’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평등과 복지만 강조하는 그 동안의 진보(좌파)진영의 발전모델이 21세기 글로벌 지식기반경제 시대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지속가능한 진보를 위한 모델을 제시하려 한다. 먼저 지속가능한 진보가 지향할 기본가치로 참여·연대·생태를 제시하고,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기본정책으로 분권·혁신·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지속가능한 진보’를 실현시킬 대안적 모델로 ‘혁신주도 동반성장 체제’’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학습복지와 복지공동체가 결합된 새로운 복지모델’‘사회적 합의에 의한 경제운영’ 등을 핵심요소로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모델이 실현되는 경제를 ‘공생적 시장경제’로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노사관계가 기존의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관계에서 노·사·정·민의 대타협을 바탕으로 한 상생적인 관계로 발전해야 하고, 중앙·지방 관계가 기존의 중앙집권·서울집중 체제에서 지방분권·다극발전 체제로 이행해야만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자가 가지는 의구심은 저자의 새로운 대안모델이라는 것이 기존의 좌파와 우파의 극단은 배제하면서 양쪽의 좋은 아이디어들을 조합하였고, 그러다 보니 서로 상충적인 요소들이 섞여 있는데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혁신주도 동반성장’‘공생적 시장경제’‘관리된 글로벌화’‘공정한 세계화’‘조정된 유연성’과 같은 개념들이 그에 해당한다. 또한 저자가 제안하고 있는 핵심적인 정책과 이념들이 이미 실패한 노무현정부가 시도한 것들이란 점도 마음에 걸린다. 참여, 혁신, 분권, 통합, 동반성장, 대타협 등이 그에 해당한다.
그리고 좌와 우의 조합을 택하면서도 저자의 기본 의식은 좌로 기울어져 있음이 곳곳에서 보인다. 신자유주의와 글로벌화가 저성장과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좌파들의 판에 박힌 주장, 자의적으로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연대임금정책’ 등이 그러하다. 기본적으로 21세기 무한경쟁사회에서 고비용·저효율적 좌파 경제모델이 가지는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좌파의 원칙을 바탕으로 우파 모형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게 우파의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좌파의 비판을 수용하는 것보다 낫다고 믿는 이 땅의 좌파 지식인들의 관성적 집착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뉴레프트 관점에서 새로운 합리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콘텐츠를 보강하면서 뉴라이트 진영에서 제시하는 ‘선진화 모델’ 또는 ‘공동체자유주의 모델’과 건설적인 경쟁을 하면서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고 궁극적으로 선진국이 되는데 기여를 하게 되기를 고대한다.
♧ 이 글은 2006년 11월 10일 조선일보에 실린 <서평>입니다.
번호 |
제목 |
날짜 |
---|---|---|
46 | [김진현]한일 주도의 핵폐기 | 06-12-18 |
45 | [나성린] 한국경제와 제3의길 | 06-12-12 |
44 | [김영봉] 한미FTA 추진이유 | 06-12-08 |
43 | [강경근] "공짜 점심은 없다” | 06-12-06 |
42 | [이수성] 책임지는 정당의 자세 | 06-12-05 |
41 | [임동욱] 포퓰리즘 덫의 결과 | 06-12-05 |
40 | [박세일]국가 전략으로서의 한미 FTA | 06-12-04 |
39 | [김영봉] 성장이 키운 방해자들 | 06-11-27 |
38 | [이홍구] 권력의 적자 운영 | 06-11-26 |
37 | [박세일]햇볕정책, 그 참담한 실패 이유 | 06-11-24 |
36 | [박세일]진보와 보수, 싸울 때가 아니다 | 06-11-24 |
35 | [박세일]작통권이 아니라 ‘김정일 이후’가 더 급하다 | 06-11-24 |
34 | [박세일]'국민을 위한' 정계개편 | 06-11-24 |
33 | [박세일] 선진화냐 몰락이냐... 운명의 15년 | 06-11-24 |
32 | [황성돈] 전자정부 과제의 해법 | 06-11-24 |
31 | [노부호] 경영파괴 어떻게 할 것인가? | 06-11-24 |
30 | [나성린] 부동산에 감정적 올인 말아야 | 06-11-24 |
29 | [이수성] 한반도에 있어 평화의 의미 | 06-11-24 |
28 | [박세일]국회에 초당적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 06-11-23 |
27 | [박세일] 권력투쟁에서 국가경영으로 | 06-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