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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한미FTA 추진이유
 
2006-12-08 14:27:05
 
 
 김영봉(한반도선진화재단 지도위원,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성장동력 복원 위한 한미FTA

 

1698년 표트르 1세는 군대의 반란 소식을 듣고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그는 1년간 서유럽의 조선소 공장 병기창 학교 박물관 치과병원까지 방문해 서구의 모든 지식과 기술을 직접 배우던 중이다.

귀국 다음날 그는 손수 가위를 들고 모스크바인의 상징인 귀족들의 턱수염을 잘라버렸다. 그들이 입던 긴 전통의상과 원뿔 모자를 버리고 서양 옷을 입을 것을 명령했으며 스스로의 왕관도 서구식으로 바꿨다. 국왕의 칭호까지 차르(Tsar)를 버리고 황제(Imperator)로 부르게 했다.


표트르는 이른바 우리 민족자주세력이 말하는 ‘미국인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미국인보다 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대주의자’다. 그러나 러시아인의 정신과 전통부터 버리지 않으면 약소 후진 민족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을 자각한 지도자다.


그리하여 단숨에 국가 제도, 산업과 군사력을 일신시켜 동방의 야만국 러시아를 유럽의 강력한 근대국가로 바꿔 놓았다. 불행하게도 그의 후계자들이 러시아를 다시 쇄국과 미신이 지배하는 차르의 나라로 회귀시켜 훗날 인민을 공산주의혁명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한국의 사고전환은 박정희가 이끌었다. 그는 매국의 지탄을 받으며 일본과 국교를 트고 새마을운동과 나라 밖을 향한 산업화로 한국 민족이 엽전 근성을 탈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뒤 우리 국민은 진취성과 자신감을 키워 오늘날 세계 12대 경제대국에 이르도록 국가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급격히 소멸되고 있다. 지금처럼 국가정신이 방황하고 국민자원이 낭비되며 노동과 자본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국은 현상 유지는커녕 어떤 퇴보적 국가로 전락할지 모를 것이다. 이렇게 성장원동력을 복원할 계기가 필요할 때 제안된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과의 시장 통합은 우리의 무역과 투자 기회를 대폭 넓히고 우리 제도와 사고를 세계수준에 적응시키는 기회가 된다. 만약 우리나라가 앞으로 제2의 성장기를 누리기를 원한다면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미국처럼 세계 첨단으로 높여야 한다.


미국처럼 해외로 뻗는 자본과 금융산업을 가져야 하고, 세계 인력을 유치하는 교육센터가 되고, 의료센터도 되고, 기타 유통 관광 법률 전문서비스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진보해야 한다. 양극화로 위협하고 폐쇄된 굴속에 숨으라기보다 어떤 글로벌 경쟁에든 과감히 몰입하는 진취 정신을 길러야 할 때인 것이다.


하지만 한미 FTA는 지금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뼛조각 사건은 이것이 얼마나 취약한 협상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측은 한국이 쇠고기 7t에서 뼛조각을 찾아내는 데 3주일을 소비했다며 의제에 없던 쇠고기시장 전면 개방을 안하면 국회 비준이 어렵다고 위협한다.


반면, 우리의 반미좌경세력은 아예 “죽음의 협상 한미 FTA 자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영방송도 미국산 쇠고기가 마치 바이러스인 듯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캐묻고 홍보하느라 바쁘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가 그렇게 절실하지 않다. 또한 연 4억달러 규모인 한국 쇠고기시장에서 부과하는 선적조건과 검사 규정을 충족시키려면 연 1억60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니 그 입장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쇠고기를 저가로 수입해야 서민도 갈비를 먹을 수 있는 입장이다.


좁은 땅에 사는 우리는 ‘미국인보다 더 합리적 사고’를 해야 선진국을 바라볼 수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신주처럼 외우는 한국인은 뿔통모자 쓴 러시아인과 다를 바 없다.


이 글은 문화일보 2006년 12월 7일 <포럼>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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