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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작통권이 아니라 ‘김정일 이후’가 더 급하다
 
2006-11-24 02:24:22
 

작통권이 아니라 ‘김정일 이후’가 더 급하다

 

    참 이상한 정권이다. 이 정권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해서는 안 될 일'들만 끄집어내어 국론을 분열시킨다. 국민을 갈등과 혼란으로 끌고 가고 스스로 국가이익을 훼손한다. 지금 우리나라 최대의 안보문제는 무엇인가? 21세기 벽두에 한반도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안보위기, 국가 생존 위기는 어디서 오는가?
 
오늘날 한반도 최대의 안보위기는 북이 변화와 개방을 거부하는 데서 온다. 북의 지도부가 권력 유지를 위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참여를 거부하는 데서 온다. 그것이 핵개발, 미사일 발사로 나타나는 것이다. 북은 이미 실패한 체제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체제이다. 오로지 국민을 볼모로 세계를 협박하여 생존하겠다는 체제이다. 북의 지도부가 개혁 개방을 통해 연착륙을 시도한다면 남북의 인민은 물론 전 세계가 기뻐하고 도우려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제 북은 개혁 개방의 의사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김정일 이후'가 현실적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남의 탓이 아니라 자기 탓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반도가 당면한 최대의 안보위기이다. 잘못 대처하면 엄청난 재앙과 국난이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내부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북의 급변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지전 등에 대한 철저 대비는 물론, 극우 극좌의 준동을 막고 남남갈등의 증폭을 줄여야 한다. 급변사태로 국민 사이 혼란이나 여야 간 이견(異見), 당정 간 혼선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사회 지도층 사이에 북한 변화관리 기본전략에 대한 사전 의견합의와 양해가 있어야 한다.
 
    둘째, 대외전략이 확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한·미·중 간의 북한 변화관리에 대한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해 내는 일이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김정일 이후' 질서유지 및 치안문제, 군대와 핵 관리문제, 새로운 체제의 기본성격, 개혁 개방의 방향과 원칙 등에 대한 ‘큰 틀의 이해'를 미리 만들어 내야 한다. 사전정보와 의견교환의 부족, 상호 신뢰의 부족 등으로 북의 변화가 미·중 간 충돌로 나타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확고한 한·미 신뢰를 기초로 우리가 적극 나서 미·중 공조체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
 
    셋째, 북의 근대화, 산업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변화 직후의 관리에 성공하여, 치안과 군과 핵의 문제가 해결되면 그 다음 과제는 경제 건설이다. 경제개발계획 추진과 대대적인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이 급한 과제이다. 남(南)은 모든 노력을 다해 지원해야 하나, 우리 힘만으론 부족하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 그들의 자본, 기술, 시장이 북의 근대화에 필수적이고 결정적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 경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급격히 다가오는 ‘김정일 이후’에 대한 올바른 관리와 대처가 오늘날 우리 한반도가 당면한 최대의 생존문제이고 안보문제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북의 변화관리에 역기능만 할 전시작통권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다. 그리고 자주국방 타령을 하고 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자주를 이야기하는가? 세계화시대는 국가 간 ‘협력과 공조와 동맹’의 시대이지, 자주의 시대가 아니다. ‘동맹 없는 자주’는 허구이고 ‘자강(自强) 없는 자주’는 환상이다. 그리고 둘 다 없는 자주는 이적(利敵)이 된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미국의 배를 타려 온갖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탔던 미국의 등에서 스스로 내려오려 온갖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이 정권이 국가이익을 자해하려는 정권이 아니면 도대체 누구 이익에 봉사하는 정권인가? 지금 안보태풍이 올라오고 국난(國難)의 쓰나미가 밀어닥치는데,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지켜야 할 이 나라 정치 지도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차기에 나라를 맡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세일(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법경제학)

♣ 이 글은 2006년 8월 조선일보 「 아침논단」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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