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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돈] 전자정부 과제의 해법
 
2006-11-24 02:14:21
 황성돈(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화싱크탱크 팀장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전자정부 로드맵 사업 31대 과제의 마감시한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대통령프로젝트'로 추진되면서 그 동안 정부 안팎의 많은 이들의 노력과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현재대로라면 내년에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기가 그리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전자정부 사업 추진체계의 기형성이 가장 문제다.

일을 제대로 제 때에 해 내려면 일을 추진하는 주체와 그 주체의 일 추진에 필요한 지원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전자정부 추진체계는 손과 발, 머리와 재료가 각기 따로 놀게 되어 있다. 전자정부 정책의 주무 기관은 행정자치부이고, 전자정부 구축에 필요한 기술 지원기능은 정보통신부에 가 있다. 전자정부 추진에 필요한 예산은 기획예산처가 관장하고 있다. 전자정부와 관련된 각종 전산 시스템과 정책 연구 지원기능은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으로 되어 있는 통합전산센터와 한국정보사회진흥원에 각각 분산되어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자정부 추진체계는 갈갈이 찢어져 있는 셈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보면 손과 발을 꽁꽁 묶어 놓고 내년 말까지 콩 내라 팥 내라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 진행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가 도를 넘는다.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 간의 정책 갈등은 일상이 된지 이미 오래다. 이런 부처 간 갈등을 원활히 조정하라고 어느 부처에도 경도되지 않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산하에 전자정부전문위원회가 설치되었었지만 결국 손들고 문을 닫게 되었다. 그 후속으로 생겨났던 전자정부특별위원회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전자정부 사업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부처 간 갈등은 심한 경우엔 대통령까지 나서서 조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범정부 통합전산센터의 소관 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 사이의 갈등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대통령의 1분과 장관의 1분, 국장의 1분과 과장의 1분, 평 공무원의 1분은 같은 1분이면서도 그 가치는 서로 크게 다르다. 전자정부 사업의 업무 분장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수십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전자정부 사업의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말도 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국가지대사가 소홀히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북한 핵문제,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 국민화합문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 확보 문제 등등 더 중요하고 더 예민하며, 더 많은 정성과 고민을 기다리고 있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 땐 더더욱 그러하다.

사안이 권력적인 문제일 때는 관할 기관을 분할시키는 것이 맞다. 그래야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이뤄 권력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사업과 관련된 정부기관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전자정부 사업은 권력적인 문제일 수 있다. 어느 업무를 어느 기관이 담당하느냐에 따라 해당 기관의 권력적 위상에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납세자이고 고객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정부사업은 전혀 권력적인 문제일 수 없다. 이들에게 전자정부 사업은 제 때에 제대로 된 전자정부 시스템이 구축되고 양질의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제공되기만 하면 되는 계약의 문제일 뿐이다. 더구나 납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전자정부 사업 추진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야 한다.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에 적어도 기술 지원 기능과 정책 연구 지원 기능, 예산 총괄 기능이 한 데 모아져야 한다. 그래 놓고 결과에 대해 엄정한 평가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삼성과 현대를 같은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이들 이상으로 다른 수십, 수백 개의 서로 경쟁하는 다른 회사들로 구성된 거대한 조직체라는 것은 행정학 개론의 ABC다. 현재의 전자정부 31대 과제 추진체계는 마치 현대 산하의 기관보고 삼성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지원하라고 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해 가지고는 내년에 사업을 제대로 마감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향적 사고와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다.
 
이 글은 2006년 11월 16일자 디지털타임즈 DT시론에 실린 칼럼입니다.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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