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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린] 기업 '해외 엑소더스' 걱정된다
 
2006-11-23 16:15:09
  나성린(한반도선진화재단 부이사장한양대학교 교수)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리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계속 부진했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투자 부진 속에서도 기업들은 국내투자와는 달리 해외투자는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의 국내투자 축소·해외투자 확대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올해 상반기 국내 200대 기업의 국내투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늘어나는 데 그쳤고 신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는 오히려 10.3% 줄었다. 반면 해외투자액은 29억달러로 90% 늘어났다.
 
그동안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국내의 높은 생산비용을 견디지 못해 중국과 동남아로 나갔는데, 대기업들은 이러한 이유 외에도 새로운 시장 개척과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한 현지생산을 위해서 나갔다. 정부의 환경 및 수도권 규제, 참여정부의 반시장적 정책과 반재벌 정서, 비합리적 강성노조와 같은 국내투자에 대한 부정적 요인에도 대기업들은 국내투자를 증가시키지는 않았지만 일정 수준은 계속 유지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 대기업들이 이러한 부정적인 여건들을 더 이상 감내하기가 어려운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동유럽 진출, 현대 기아차의 미국 공장, 하이닉스반도체의 중국 공장, 포스코의 중국 공장,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진출 등은 이러한 해외 엑소더스의 출발에 불과해 보인다. 문제는 아직 정부나 노조, 심지어는 일반 국민마저 우리 기업들의 이렇게 빠른 해외 엑소더스가 초래할 심각한 결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고용효과가 큰 대기업들이 국내투자를 줄이고 해외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하면 국내에서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실제로 지난 4년 동안 대기업의 해외고용은 83.5% 늘어난 데 비해 국내고용은 5.3%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LG전자와 같이 국내 직원보다 해외 직원이 더 많은 기업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대기업들의 국내 생산이 줄어들면 하청 중소기업들의 생산과 고용도 잇따라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 국내투자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따라서 전반적인 고용과 소득이 줄어들고, 이것은 소비의 위축을 초래해 또다시 기업들의 생산과 고용을 축소하는 경제 침체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기업투자의 엑소더스 현상은 최근 북 핵실험으로 야기된 국내 안보 불안으로 더 악화할 전망이다. 북 핵사태는 국내 기업의 국내투자 축소와 해외투자 확대뿐 아니라 외국 기업의 국내투자마저 축소함으로써 경제 침체를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기업들이 국내투자를 늘리고 해외로 나갔던 중소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자를 위한 여건을 개선해 주어야 한다. 기업들은 전쟁터라도 수익의 기회만 있으면 투자하는 속성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불요불급한 환경 규제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주어야 하고 재벌에 대한 각종 규제를 사전적 규제에서 사후적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미, 반재벌, 반시장, 반기득권적 정서로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기업과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전시작통권, 북 핵위기와 관련한 국내외 안보 불안을 불식시킬 새로운 외교안보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조가 기존의 친북반미와 같은 좌파적 정치운동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복지,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걱정하는 합리적·상생적 노조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06년 10월 31일자 세계일보 「시론」에 실린 칼럼입니다.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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