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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외환위기, 북핵위기 그리고 경제
 
2006-11-23 16:02:28
 이창용(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화싱크탱크 경제살리기팀장 서울대학교 교수)
 
북핵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외환위기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교과서 식으로 보면 북핵위기는 무역과 금융시장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과의 무역은 현재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중국을 통한 간접무역 등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교역이 중단되면 북한에게는 큰 타격이지만 우리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금융시장을 통한 영향으로는 북핵 문제가 군사제재로 격화되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을 들 수 있다.
 
● 미지근한 물에 빠진 개구리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는 한, 당분간 군사제재의 가능성 또한 크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핵실험 직후 주식과 외환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을 보면 북핵위기의 영향은 외환위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게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견해에 공감하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 우리 경제가 끓는 물에 떨어진 개구리였다면 북핵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는 미지근한 물에 빠진 개구리와 같다. 끓는 물에 떨어진 개구리는 크게 다치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뛰쳐나오기에 목숨은 부지한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 속의 개구리는 죽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잠들 위험이 있다.
 
왜 이런 비유를 하는가? 북핵사태 이후 필자가 제일 걱정한 것은 제재수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될 위험이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강대국 간에 긴장상태가 조성되면 우리 경제에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아니라 우리와 미국의 갈등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맞길 수 없다고 금강산에 직접 찾아가 북한제재에 반대하겠다니 외환위기 이후 무엇을 배웠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외환위기 직전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재정지원을 해주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국제정세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미국 정부는 1995년에 뒷마당인 멕시코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긴급 재정지원을 한 바 있다.
 
그 결과 국회로부터 위험한 짓을 했다고 1년 간 청문회를 통해 질책을 받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손을 내밀었으니 도와줄 리 없었다. 국제정세를 무시한 채 우리 요구만 늘어놓다가 뒤늦게 대책도 없이 외환위기를 당한 셈이다.
 
지금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스스로 동북아의 균형자 노릇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과거 햇볕정책이 성과를 보였던 것은 클린턴 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제 부시 정부가 이에 반대하는데 우리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을 보니 외환위기 전과 다를 바 없다. 우리의 노력으로 국제정세를 돌려놓을 수 있다고 완전히 확신하지 못한다면 조용히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외교는 도덕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 조용히 위험관리 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을 찾아가겠다니, 보수 꼴통이 아닌 사람들조차 과연 이 정부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통일과 민족주의보다 귀한 가치라고 생각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어느 기업가가 장기투자를 하겠는가? 이제는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다.
 
지금 당장은 눈치를 보며 가만히 있겠지만, 이번 일로 정부의 정체성에 의심을 가진 이들은 서서히 투자처를 외국으로 옮길 것이다. 우리 경제를 미지근한 물에 빠진 개구리로 비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이상 북한이 불장난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곧 평온을 회복할 것이다. 그러면 현직 외교라인은 민족 자존심을 세우면서 위기를 해결한 영웅이라 자랑할 것이다. 이들 덕분에 우리 경제는 서서히 식어가게 되었지만. 기막힌 일이지만 외환위기 직후에도 외채 협상이 끝나자 외환위기를 악화시켰던 당사자들이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다시 나타난 바 있었다.
 
이 글은 2006년 10월 23일자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에 실린 칼럼입니다.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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