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3 15:56:01

사태가 심각하고 선택이 어려울 때일수록 경륜이 높은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키신저 박사와 브레진스키 교수를 뉴욕과 워싱턴에서 각각 찾아보고 북한 핵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었다. 키신저는 공화당인 닉슨대통령의, 브레진스키는 민주당인 카터 대통령의 전략참모들이었지만 북한 사태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로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북한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니는 듯싶은 오늘의 상황은 관련 당사국들의 외교안보 정책이 너나없이 한계를 드러낸 결과로 특히 미국의 경우는 그 책임이 더욱 막중할 수밖에 없다. 외교정책은 목표가 확실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힘과 영향력을 충분히 갖춰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의 기획과 집행이 이뤄질 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대북한정책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책의 우선목표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 핵무기 확산을 예방하는 것이지 북한정권의 교체나 그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하지 못한 것이 일차적 실수였다. 별다른 군사적 준비나 시위도 없이 공개적으로 강력한 경고만을 보낸 것은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자초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미국 입장의 한계를 노출한 것은 관련 당사국들 중 특히 중국과 대(對)북한 정책목표에 대한 심도 있는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로 이번 사태를 맞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키신저와 브레진스키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미.중 간의 광범위한 전략적 합의에서 찾아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의 초점은 평양이 아니라 베이징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2주 전 중국을 방문하여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와 깊은 대화를 나눴던 키신저는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래에 관해 미국과 폭넓은 협의를 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핵 문제의 효율적인 해결책도 그러한 협의의 틀 안에서 모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71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의 극적인 회담을 통해 미.중 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치의 판도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던 키신저 박사의 진단과 처방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중국은 미.중 관계의 진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항상 일본의 태도 및 미.일 관계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키신저와 브레진스키가 같이 지적하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의 입지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럴수록 고도로 세련된 외교안보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여건과 국제정치의 현실이 지속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부여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북한과의 직접교섭에 의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엔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했다. 상황의 현실과 세력균형의 논리가 한국으로 하여금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점차 중국에 가까워지고 중립화의 경향마저 띠게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반미적 발언이나 자세로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우려도 표시했다. 한국의 정부발표나 신문사설을 비교적 자세히 검토하고 있는 브레진스키가 한국에서는 합리적이며 실행 가능한 정책과 입장을 추진하기 위해서 과도한 혼란과 분열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데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신저 박사와 브레진스키 교수는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오히려 모든 당사국으로 하여금 각자의 입장을 재고(再考)하는, 그리고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출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 관측도 첨가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당사국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평화롭게 번영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북한만이 유일한 예외지대로 남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결정적 리더십을 제공해야 될 시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이다. 과연 정치 지도자들이 그러한 역사적 결단을 내릴 지혜와 용기를 가졌는가에 대해서는 두 석학도 장담은 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북한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니는 듯싶은 오늘의 상황은 관련 당사국들의 외교안보 정책이 너나없이 한계를 드러낸 결과로 특히 미국의 경우는 그 책임이 더욱 막중할 수밖에 없다. 외교정책은 목표가 확실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힘과 영향력을 충분히 갖춰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의 기획과 집행이 이뤄질 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대북한정책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책의 우선목표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 핵무기 확산을 예방하는 것이지 북한정권의 교체나 그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하지 못한 것이 일차적 실수였다. 별다른 군사적 준비나 시위도 없이 공개적으로 강력한 경고만을 보낸 것은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자초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미국 입장의 한계를 노출한 것은 관련 당사국들 중 특히 중국과 대(對)북한 정책목표에 대한 심도 있는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로 이번 사태를 맞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키신저와 브레진스키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미.중 간의 광범위한 전략적 합의에서 찾아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의 초점은 평양이 아니라 베이징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2주 전 중국을 방문하여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와 깊은 대화를 나눴던 키신저는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래에 관해 미국과 폭넓은 협의를 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핵 문제의 효율적인 해결책도 그러한 협의의 틀 안에서 모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71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의 극적인 회담을 통해 미.중 관계를 비롯한 국제정치의 판도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던 키신저 박사의 진단과 처방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중국은 미.중 관계의 진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항상 일본의 태도 및 미.일 관계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키신저와 브레진스키가 같이 지적하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의 입지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럴수록 고도로 세련된 외교안보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여건과 국제정치의 현실이 지속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부여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북한과의 직접교섭에 의해 일거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엔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했다. 상황의 현실과 세력균형의 논리가 한국으로 하여금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점차 중국에 가까워지고 중립화의 경향마저 띠게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반미적 발언이나 자세로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우려도 표시했다. 한국의 정부발표나 신문사설을 비교적 자세히 검토하고 있는 브레진스키가 한국에서는 합리적이며 실행 가능한 정책과 입장을 추진하기 위해서 과도한 혼란과 분열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데 대하여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신저 박사와 브레진스키 교수는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오히려 모든 당사국으로 하여금 각자의 입장을 재고(再考)하는, 그리고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출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 관측도 첨가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당사국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평화롭게 번영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북한만이 유일한 예외지대로 남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결정적 리더십을 제공해야 될 시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이다. 과연 정치 지도자들이 그러한 역사적 결단을 내릴 지혜와 용기를 가졌는가에 대해서는 두 석학도 장담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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