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세일입니다.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는데도 우리 주변을 보면 표정들이 썩 밝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는 힘든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조금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그렇지만 너무 비관할 필요도, 당황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긴 안목으로 돌아보면 우리 역사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저력으로 우리는 그것을 항상 이겨냈습니다. 예를 들어 60년대 초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5%였습니다. 당시 대학졸업자의 취업이 워낙 어려워‘대학망국론’이라는 말까지 유행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일인당 국민소득 80불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아프리카의 가나나 아시아 스리랑카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는 오늘 중진국의 선두주자로 성장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우리만의 고통이 아닙니다. 지구촌의 모든 인류가 함께 아프게 겪고 있습니다. 지난 200년의 자본주의 역사, 시장경제 역사를 보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와 유사한 경제위기나 경제침체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심지어 세계공황도 있었고 전쟁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극복하고 인류는 앞으로 계속 전진 해 왔습니다.
저는 요즘 안식년을 맞아 미국 스탠포드대학에 있습니다. 덕분에 미국의 권력변동기와 금융위기를 옆에서 자세히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 미국의 정치인들과 학계, 그리고 미국 시민들이 이러한 경제적 위기와 변화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떻게 대처하는가도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금융위기가 오니 선거도중인데도 여야가 모여 법과 긴급예산을 통과시키는데 협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통령선거가 개인의 신상보다는 지도자와 정당의 정책경쟁이 중심이 되고, 정책논쟁을 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것, 원론적인 것부터 체크하고 수정하고 토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많습니다만 이런 면들은 우리가 배울 점이라고 봅니다.
위기(危機)는 위험과 함께 기회를 말합니다. 어떻게 힘을 모아 위험을 함께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여는가가 중요합니다. 결국 이를 잘 할 수 있는 국가와 국민은 발전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퇴보할 것입니다. 토인비가 이야기 하듯이 ‘도전과 응전’이 역사발전의 법칙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함께 이 위험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활용해 이 경제의 어려움이 끝난 후 함께 국가발전의 제2의 도약을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사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엄청난 국난(國難)을 여러 번 만났으나 훌륭히 극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어 온 자랑스러운 민족입니다.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얼마 안가 이 난국을 혜치고 다시 성장 기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1년 ~2년 안에 어느 정도 회복할 것입니다. 그 때가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지고 제2도약을 계획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를 위한 준비를 가다듬는 것이 지금 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우리가 공동체자유주의의 철학을 가지고 선진화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면 3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창조국가, 조화사회, 통일한국의 건설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그것입니다. 이 3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반도 전체가 선진화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 과제인 창조국가란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창조력(개성과 창의와 혁신의 능력)이 최고로 발현되는 국가를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을 살리는 교육개혁입니다. 교육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지식정보능력과 창의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붕괴되고 있는 공교육을 살려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기러기가정’이 줄어듭니다. 세계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 세계최고의 대학을 만들어야 세계최고의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또한 창조국가가 되려면 지방을 살려야 합니다. 서울에서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창조력이 나와야 합니다. 지방이 낙후된 것은 지방발전전략이 그동안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방을 살리려면 지금까지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발전균형’정책이 필요합니다. 성장축을 여러 개 만드는 방식, 즉 광역 분권형 국정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선진화의 제2과제는 조화사회 건설입니다. 창조국가가 자유주의의 원리에 기초한다면 조화사회는 공동체원리에 기초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분열시키는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적 리더십과 국민의식의 문제입니다. 이래서는 조화사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서구 민주주의를 도입하면서 우리의 전통정치사상인 민본주의를 잊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정치에는 ‘정권투쟁’만 있고 ‘국가경영’이 없습니다. 권력만 있지 정책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정치를 정책경쟁의 장으로, 즉 ‘국가경영철학과 전략이 경쟁’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의 목적인 민생이 살아나고, 국민이 정치지도자를 믿고 따르는 조화사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조화사회를 위해서는 국민 의식도 크게 바뀌어야 합니다. 오늘의 공동체분열에는 국민들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전체이익(국가이익)을 외면하면서 자기의 사익 내지는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지역 이익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태도, 즉 ‘과잉 민주주의’가 문제입니다.
올바른 직업윤리와 노동철학도 중요합니다. 선진국민이 되려면 땀과 노동을 존중하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노동과 직업은 국가발전과 조화사회에 연결되어 있습니다만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 노동철학이 약합니다. 올바른 노동철학과 직업윤리 없이 조화사회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선진화를 위한 세 번째 과제는 통일한국의 건설입니다. 우리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북아 국제질서가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동북아시아에 새 패권국가의 등장,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패권화'를 막아야 합니다. 또한 북한의 급격한 변화가 분단의 영구화로 가지 않고 통일로 수렴되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북한의 자발적 점진적 개혁 개방을 기대하고 지원합니다만. 정황상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만약에 중국의 개입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분단화 되고, 그 분단이 半 영구화될 수 있습니다. 고구려가 망하고 통일신라가 등장할 때 중국이 평양에 설치했던 안동도호부(AD 668년)가 이 땅에 다시 설치되면 안 됩니다. 결국 통일을 향한 우리 의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분단의 영구화라는 비극을 맞지 않으려면 이러한 의지를 확실히 하고 이웃과 평화를 약속하면서 4강을 설득해야 합니다.
신년을 맞았지만 새해 분위기를 못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울한 소식도 많이 들려옵니다.
어느 정도 이룬 상태에서 그것을 잃고 새로 시작하는 게 처음부터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합니다. 한번 가져본 것, 있어본 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때문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하나는 용기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돈을 잃는 것은 하나를 잃는 것이지만 용기와 희망이 없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는 현실이 어려울수록 긴 역사의 눈으로 오늘을 보고 새로운 내일의 길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급할수록 호흡을 길게 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한마디로 세상의 변화, 즉 사회변화의 속도에 우리의 의식과 제도가 뒤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함석헌 선생께서 “생각하는 국민이어야 산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이 사회 지도자가 앞장서고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합니다. 서로 최선을 다하면서, 이 민족의 지혜와 저력이 다시 한 번 불붙는다면 우리는 지금의 어려움도 능히 넘고 결국은 세계를 향한 도약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새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월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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