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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내우외환의 한 해를 보내면서
 
2008-12-15 11:08:19


 

   한 해가 저문다. 기대도 컸고 실망도 컸고 사건도 많았다. 2008년 한 해 주요 사건을 짚어보면 상반기에는 미국산 수입쇠고기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고 하반기에는 내내 미국 발 금융위기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상반기는 소 문제(內牛)로 하반기는 밖에서 발생한 달러 문제(外換)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월 이후 두 달이 넘게 지속된 촛불 집회는 정치사회 불안을 유발했고, 미국 발 금융위기는 경제 불황을 가속화 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출범부터 인사논란과 촛불집회로 귀중한 정치적 자산이었던 압도적 지지기반을 상실했고 한반도대운하 계획을 접어야 했다. 하반기에는 한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세기의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불황이 내습하면서 경제 환경이 급변했다. 대공황 이래 최대의 세계 경제위기라고 할 정도로 불황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들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오랫동안 경기침체에 생활고를 겪던 서민들은 물론이고 규제에 묶여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한 기업들까지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이 이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책은 겉돌고 집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9일 제18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개혁은 점점 멀어져 갔다. 

  개혁은 선거의 승세를 몰아 임기 초에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인데 시동도 걸지 못한 채 국회의원 선거운동으로 3월 한 달을 보냈다. 4월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었지만 5월29일까지 제17대 국회의원의 임기였기 때문에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치는 허송세월 했다.

  국가의 비전과 정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다가 5월에는 예기치 못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맞았다. 괴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데모 현장에 얘기를 태운 유모차까지 등장하면서 우리사회는 촛불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일부 의원들이 데모대에 끼여 행동하는 행태는 보기에도 부끄러웠다. 여론을 수렴하여 국회에서 논의하고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기 책무를 내팽개친 모습은 정치 불신을 유발했다. 일부 국회의원과 정당은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있는데도 나라를 생각하기보다 당리당략으로 활용하기에 바빴다. 새로운 국회는 6월 5일이 개원 일이었지만 문도 열지 못한 채 82일을 허송했다.

   7월에 접어들면서 촛불시위가 잠잠해지고 나라도 제자리를 찾는 가 싶더니 여름이 끝나자말자 미국 발 금융위기가 무섭게 내습했다. 9월 달 내내 미국 발 서브프라임 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1930년대의 대공황을 떠올리면서 위기감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를 했지만 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각국은 각국대로 자국의 금융위기를 진화하느라 연일 경제정책을 쏟아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부가 연일 정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 반응은 거꾸로 나타나기 일쑤였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나 경상수지를 보더라도 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전반에 미친 영향은 오히려 크게 나타났다. 주식가격은 반 토막 나고 환율은 배나 상승했다.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이 한국은행을 포함한 신흥경제 4국과 통화스왑을 합의(10월30일)하면서 잠시 안정을 찾았지만 경제위기는 이미 실물경제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9월에는 김정일 와병설이 나돌면서 남북관계의 새 국면이 전개됐다. 북한은 김정일 사진을 언론에 보도하면서 건강에 이상 없음을 강조했다. 11월 미국의 대선이 끝나자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반응은 시원찮았다. 그러다가 11월 24일에는 개성관광 중단을 발표하고 이어서 12월 1일에는 개성공단 인력에 대해서도 기업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통행을 차단했다. 상주 인원을 필수인력 880명으로 제한했다. 

  11월의 세계적 빅 이벤트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였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또 하나의 기적을 이뤄냈다. 미국 유권자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세계적 사건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미국인들은 위대하다는 평가와 함께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환영일색이었다. 오늘의 경제위기를 일으킨 나라가 미국이지만 그래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나라도 미국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되자 세계 각국은 자국에 미칠 득실 계산에 분주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9년 1월 20일에 출범하는 새 정부인맥과 정책탐구에 열중이다. 새 정부가 출범되면 우리나라도 한미동맹, 한미 FTA, 북핵 문제와 같은 기존의 현안 과제에서부터 최근의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양 국가 간에 다루어야 할 다양한 과제가 놓여있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한 해를 일별했지만 2008년 중 우리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불황이다. 우리경제는 그동안 오랫동안의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맞은 세계적 경제위기는 그나마 남아있던 힘마저 잃게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빈곤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힘든 상황에서는 그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 싸움만 일어난다. 정치인부터 싸우지 말고 경제난국을 극복하는데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배고픈 사람, 실직한 사람,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알아야 한다. 기업도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은 무엇보다 경제 한파를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웃의 따뜻함도 필요하다. 어려울수록 자기 것을 더 챙기겠다고 싸우지 말고 서로 돕고 위로하며 감싸 안아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절실한 것은 어려운 이웃에 대한 배려이다. 모두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 나은 사람이 도와주어야 한다. 모두가 힘들 때 우리사회의 공동체가 빛을 발해야 한다. 세상이 힘들수록 기댈 수 있는 곳은 가정이다. 어려운 시기에 가족의 중요성과 행복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울한 세모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어려움은 내일의 강건함을 키우기 위한 시련이다. 한 해 마무리를 잘 하고 새해에는 심기일전의 자세로 일어서야 한다. 다시 한 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도약하는 희망찬 새해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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