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산국가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 나라는 몇 년마다 집권당이나 정치지도자를 새로 뽑는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그에 따른 정치적 변화로 정책과 제도가 변경되고 국가가 지향하는 큰 방향이 수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의 대외정책은 국내정치적 풍향과 관계없이 큰 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오랜 관행이다. 국가의 대외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사안이고, 국내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외국 정부와의 수많은 조약과 합의 및 국제공동체들에 의해 규율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사회당 정권이 들어선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해 친러시아 진영에 가담하는 일은 없고, 일본의 집권당이 바뀐다고 대미, 대중 정책이나 독도문제에 대한 입장이 변하지도 않는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급진적 대북한 유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외 관계의 주축인 대미, 대일 관계의 기본틀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에 정치적,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고 강행해 온 우리 대외관계의 격변은 ‘변화’라기보다는 ‘파괴’라 부르는 게 더 적합한 조치들이었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헤르만 헤세의 유명한 경구처럼 그들은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이 나라 대외관계의 기본 질서를 파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파괴하면서 중국 진영에 줄을 섰고,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 국제적 북핵대응 체제도 대북 국방태세도 스스로 파괴했다. 그러나 한중 관계나 남북관계엔 티끌만한 진전도 없었고, 그들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무시와 비하 일변도였다.
내달 대선을 통해 출범할 새 정부가 떠맡게 될 가장 시급한 대외정책 과제는 이 나라를 ‘과거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정상 국가에서 국제문명사회의 일원인 정상국가로 복원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한 핵심과제는 첫째 문 정부의 이념적 편향과 사대주의가 초래한 대중국 굴종 외교를 종식하는 일이고, 둘째, 북한에 대한 그릇된 이념적 집착이 불러온 종북 정책의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일이다. 특히 우리의 2000년 가상적국인 중국에 대한 자발적 굴종을 중단하고 자주성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현재의 중국은 한국인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던 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20년 전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개도국이었던 중국은 최근 국력이 급성장하자 주변 약소국을 군사력으로 위협해 영토를 확장하고 차관 제공을 미끼로 개도국의 경제 인프라를 약탈하는 등 한 세기 전의 일본 제국주의를 연상시키는 중화 제국주의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표출된 중국의 비문명적, 비문화적 민낯도 그러한 시대착오적 정책의 연장선 위에 있다.
지난 20년에 걸친 중국의 변화를 반영하듯이, 한국인의 대중국 비호감도는 2002년 31%에서 2021년 77%로 폭증해 일본, 스웨덴, 호주에 이어 세계 4위다. 압도적 다수의 한국 국민은 정부가 대중국 굴종 외교에서 탈피해 주권과 자주성을 회복하고 한미동맹과 자유민주주의 세계로 복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대중국 굴종의 상징인 ‘3불 약속’의 폐기 여부를 둘러싸고 대선 후보들 간에 찬반 설전이 오가고 있다. 그처럼 당연한 명제가 왜 이 나라에서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어야 하는 건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수치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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