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을 기고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치개혁연구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대선 8개월 앞 내부 경쟁 점화
선두주자 지속 여부가 1차 관심
흔들릴 조짐 커지면 플랜B 부상
권력교체 10년 주기설도 동요
시대정신은 공정·정의·안전
감성투표 피할 국민 노력 중요
내년 대선을 8개월여 앞두고 여야 모두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9명의 예비 후보가 등록을 마쳤고, 첫 합동 TV 토론회와 국민면접도 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선언, 최재형 감사원장 사퇴, 홍준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 초선 윤희숙 의원의 대권 선언 등이 이어지면서 대선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이번 대선 레이스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여야 유력 대권 후보들의 대세론은 지속될 수 있는가? 2002년 대선에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 경선에서 ‘민주당 적통 후보’를 자처한 노무현 후보의 바람(盧風·노풍)에 의해 한나라당 출신 비주류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노풍은 단 두 달 만에 이인제 대세론을 잠재웠다. 2007년 7월 야당인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다스와 도곡동 땅 차명 보유, BBK 주가 조작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명박 대세론’은 크게 흔들렸다. 물론 정반대 경우도 있었다. 2012년 집권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대세론’은 철옹성같이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세론의 운명을 결정지을까? 후보들의 대선 경쟁력은 상수이고, 후보들의 정책·정체성·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변수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말 바꾸기, 영남 역차별 발언, 미군 점령군 발언 등으로 논쟁을 자초했다. 향후 이재명 대세론은 이 후보의 왜곡된 역사 인식,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태도, 민주당 적통성 여부 등의 변수에 의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최근 이 지사가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3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함축하는 바가 크다. 윤석열 대세론은 가족·측근 관련 검증,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싼 피로감, 플랜 B의 부상이 변수다.
둘째, 정권교체는 가능한가? 최근 한국 대선에서 입증된 ‘권력교체 10년 주기설’이 깨질 수 있다는 여러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대선에서 유권자는 정권 심판보다는 미래를 보고 전망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퇴임하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보다 국민의 ‘국정 방향 공감도’가 훨씬 중요하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보다 10∼20%포인트 높다. 그 여파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완패했고, 정권교체 열망이 커지고 있다. 가령, 한국갤럽 조사(6월 29일∼7월 1일) 결과,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49%)가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38%)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추세는 지난해 12월부터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야권이 분열되지 않아야 해볼 만하다.
셋째, 누가 왕좌에 오를 것인가? 역대 대선에서는 시대정신에 입각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한 후보가 승리했다. 시대정신이란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 ‘국민 통합’ 등 국민 다수가 소망하는 가치의 집약이다. 최근 타파크로스는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통해 지난 2년간 총 1억여 건을 분석해 화제가 됐던 1000개의 상위 이슈를 관통하는 키워드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확인했다.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과 국민이 원하는 사회상은 ‘공정하고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로 나타났다. ‘기회와 노력에 대한 공정, 부패 비리에 대한 엄정 대처, 질병·범죄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사회로의 대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부동산 이슈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경제 영역에서 공정의 가치가 크게 증가했다(10.3→32%). 선거 ‘추지(推論과 理智) 틀 이론’에 따르면, 유권자는 제한되고 불확실한 정보를 갖고 확신에 차서 투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경우 감성과 구호에 따라 투표하기 쉽다. 정치 구호는 결코 시대정신이 될 수 없다. 분노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어느 후보가 확고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갖고 있고, 우리 사회의 위기 상황에 대한 냉철한 원인 분석과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과 정직함을 갖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더불어, 국민은 자신이 던진 한 표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는 유권자’만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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