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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한미동맹, 트럼프 시대에서 벗어나야
 
2021-03-02 16:03:44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태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모처럼 한미동맹에 긍정적인 전망이 보도되고 있다. 수년 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가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미 양측은 지난 2월 5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 체결을 위한 8차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한 후, 서로가 조속히 타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 17일 현 합의를 1년 더 연장하는 선에서 합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때는 지난 2월 22일부터 회의를 시작한 유엔 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에도 탈퇴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복귀하여 북한 인권 문제도 더욱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전의 한미동맹에서는 방위비분담이 심각한 의제는 아니었다. 국내에서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원만하게 타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출범한 이후 터무니없이 대폭적인 증액을 요구했고, 따라서 방위비분담이 한미동맹의 발목을 잡는 사안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그 동안 미뤄뒀던 방위비분담 문제가 타결되는 것도 의미있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끼친 부정적인 부분이 제거되는 신호로 보여서 더욱 안심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 중요성 미인식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한미동맹을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사업을 하다가 바로 대통령이 되어서 그런지, '혈맹'의 한미동맹 역사,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보루로서의 한국의 역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안보지원 혜택만을 누린다면서 불평했고, 따라서 한국의 방위비분담 증액만을 요구하였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지의 우드워드(Bob Woodward) 기자와 가진 개인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고, 이것이 그 기자의 "분노(Rage)"라는 책에 드러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고 있고, 한국은 TV나 선박 등으로 돈을 벌고 있다...미국은 호구(sucker)이다"라면서 한국을 얄밉게 생각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미국이 허용하기 때문에 한국이 존재하고 있다(we're allowing you to exist)"라고 해 한국이 일방적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방위비분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한국이 분담하는 수준을 "푼돈(peanut)"이라면서 평가절하했고, 급기야 2018년 방위비분담 협상에서는 기존보다 40%가 많은 12억 달러를 목표로 제시함으로써 5년 단위로 타결되던 것을 1년 단위로 바뀌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9년-2020년까지 이어진 두 번째의 방위비분담 협상에서는 5배가 넘는 50억 달러라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타결이 되지 못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가치동맹'이 아니라 미국이 지켜주는 댓가를 받아내야하는 '거래의 동맹'으로 인식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북핵 대응에서도 한국 패싱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김정은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판문점에서 갑자기 회동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노력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상의하지는 않았다. 2018년 6월 12일 개최된 싱가프로 회담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하고자 했지만 초청하지 않았고, 회담 도중에 일방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면서 사전이나 사후에 한국 정부와 제대로 협의하지도 않았다. 하노이 회담의 경우 사전에 결렬을 생각해둔 상태였음에도 한국에게는 그 방향을 알려주지 않음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거창한 내용의 3.1절 기념사를 준비했다가 회담이 결렬되자 급하게 고쳐야 했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한국 언론에서 회자될 정도로 북한과 협상하면서 미국은 한국을 소외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한미동맹의 관례와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과거에 미국 정부는 한국과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북한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려 했고, 어쩔 수 없이 단독으로 북한과 접촉했을 경우 한국에게 사전이나 사후에 충분히 협의 및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1:1 대화에만 관심이 있었고, 한국 정부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때 한미 양국 간 북핵 대응태세를 적극적으로 협의하지 않았다. 한미 양국 국방부 간에는 '억제전략위원회(Deterrence Strategy Committee)'가 설치돼 북핵 대응에 관한 제반 사항을 함께 협의하도록 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 이 기구는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부터 한미 양국군은 '맞춤형 억제전략(tailored deterrence strategy)'을 발전시켜 북핵에 대응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는 이것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없었다. 그러면서 2018년 양국 국방장관 간의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1978년 이래 한 번도 예외 없이 언급해오던 '핵우산(nuclear umbrella)'이라는 용어 대신에 '핵능력(nuclear capabilities)'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유사시 핵우산 제공의 의지를 의심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한미연합 방위태세에도 무관심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방위태세 향상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이 요구하자 그 자리에서 연합훈련을 폐지한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회담 직후에도 한국 정부에게 통보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장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도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피력하여 한국 조야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으로 인해 한미 양국군으로 구성된 한미연합사령부는 2018년 8월 예정돼 있었던 "을지-프리덤 가디언"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했고, 2019년 4월에 계획돼 있는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연습"도 중단됐으며, 결국 수십년 동안 실시해오던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모두 폐지되고 말았다. 2020년 한미 양국군은 '동맹'이라는 명칭으로 폐기된 훈련 내용을 복원하고자 노력했으나, 코로나-19로 여의치 부진했고, 2021년의 경우에도 훈련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한국군의 준비가 미흡한 상황임에도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한반도 방어에 대한 미군의 책임을 경감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한미 양국은 2018년 10월 워싱턴에서 제50차 SCM을 개최한 후 한국군이 "연합방위 주도," 미군이 "보완 및 지속능력" 제공하는 데 합의했고, 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은 한국군, 부사령관은 미군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2019년에는 전환될 체제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최초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 Capability)을 완료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년 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 Capability)을 검증하지 못해 지체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 동안에는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 불안한 상황이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직후 장기적이지만 주한미군 철수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도 있고, 그의 성격상 언제 돌발적인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시리아 주둔 2,000명의 미군을 갑자기 철수시킨다고 결정했고, 임기 종료 직전에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등지에서의 미군 철수를 지시하기도 했다. 2020년 제52차 SCM에서는 현 규모의 주한미군을 유지한다는 조항이 공동성명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미 의회에서는 의회의 동의없이 철수를 결정하지 말라는 단서조항을 매년 의결하는 국방수권법안에 포함시켜야만 할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주한미군을 둘러싼 상황은 불안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한미동맹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한미동맹이 불안해진 데는 현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미국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태도를 보였고, 방위비분담에 대해서도 인색한 입장을 지나치게 노출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자극하였으며, 북핵 위협으로 심각한 상황임에도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는 사안을 무조건 추짐함으로써 안보에 대한 무책임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미동맹이 약화된 데는 미국의 책임이 더욱 크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는 상황이라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방위비분담 증액이나 한미연합훈련 취소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다행히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결정적인 조치는 단행되지 않은 채 한미동맹은 트럼프 행정부의 4년을 넘겼다.

이제 한국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통하여 경험했듯이 미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한미동맹의 발전 방향이나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이고, 바이든 행정부에 근무하는 핵심 요원들와의 적극적인 접촉 및 의견교환을 통해 북한 대응전략이나 동북아시아 안보에 관한 시각을 일치시키고, 이들이 한국 또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장관, 청와대 참모, 국방부 및 외교부의 모든 요원들이 미국의 상대역(counterpart)과 긴밀하게 소통함으로써 인간적 또는 정책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의 제반 현안을 호혜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태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 특히 북한의 핵도발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깨닫고, 이의 효과적 관리에 모든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 국민들의 반미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채 국가의 백년대계, 만전지계 차원에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추진 및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 시기에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가 향후 4년 동안의 바이든 행정부 대한반도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진실된 자세로 한미 양국 간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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