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대외정책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변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주 노동당 제8차 대회 보고 연설을 통해 북한의 대외군사정책 기조를 천명했다. 북한의 경제난 심화로 대외 강성 기조가 다소 완화되리라는 일각의 기대에도, 김 위원장이 천명한 정책은 과거와 차이가 없었다.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기" 위해 핵무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한다는 정책이 재확인됐다.
과거와 한 가지 다른 점은 핵무력에 더해 재래식 군사력을 대폭 현대화한다는 방침이 추가된 점이다. 북한군 무장체제의 정밀화와 고성능화, 군사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개발 등의 목표가 제시됐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첨단 군사력 증강과 한미 합동훈련을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재래식 군사력에 있어서도 북한의 대남 우위를 수용하고 국방력 강화를 포기하라는 의미여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다음 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도발행위를 할 가능성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1993년 초 제1차 북핵 위기 이래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미국의 주목을 끌기 위해, 또는 새 정부를 길들일 목적으로, 또는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새 정권과 더 유리한 새로운 협상판을 짜기 위한 목적으로 매번 중대한 도발조치를 감행한 전과가 있다. 북한은 빌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2개월 만인 1993년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하면서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그 결과 제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됐다. 2001년 초 조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 북한은 북핵 제네바합의(1994년)를 위반하고 비밀리에 우라늄농축시설 건설을 시작했으며, 그로 인해 제네바합의가 파기되고 제2차 북핵 위기가 초래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 만인 2009년 4월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사거리 6700㎞의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1개월 만인 2017년 2월 북한은 괌 미군기지를 겨냥해 개발한 사거리 5500㎞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제6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제3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다.
이러한 과거 선례를 감안할 때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상황의 선점을 위한 도발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작년 10월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수 있고, 2017년 이래 중단된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어떤 도발조치를 취하건 미국이 새삼 놀라거나 위협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한 강경 노선을 자초하고 북한이 원하는 북·미 정상회담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 전망이어서, 경제난에 쫓기는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무모한 자해행위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과거 28년간 미국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해온 도발조치를 이번에 다시 행동에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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