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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피에트로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2021-01-08 11:52:37
◆성선제 미국 뉴욕주 변호사/ 전 한남대학교 법대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지방자치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 사상 초유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검사가 생각났다. 피에트로 검사는 1992년부터 전개된 마니 풀리테를 주도한 이탈리아의 국민 영웅이다. 작전명은 마니 풀리테다. ‘깨끗한 손’이란 뜻이다. 피에트로 검사는 1992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사회당 간부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했다. 사회당은 당과 무관한 개인 비리라며 꼬리를 잘랐다. 하지만 이에 배신감을 느낀 간부가 관련자 이름을 모두 실토하였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급기야 피에트로 검사의 칼날은 사회당 출신의 크락시 전 총리를 겨눴다. 그는 4년간 총리를 지낸 정계의 거물이다.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는 범여권을 이끄는 핵심 멤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피에트로 검사와 정면충돌했다. 관급공사에서 뇌물은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피에트로 검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여론도 전폭적으로 그의 편에 섰다. 1993년 크락시 전 총리가 로마의 고급호텔을 나설 때 시민은 돈밖에 모르는 썩은 정치인이라며 동전을 집어던졌다. "더럽지 않은 손은 없다"며 발뺌하던 사회당의 총리 출신 크락시마저도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급기야 해외로 도망쳤다. 궐석재판에서 총 27년형을 선고받은 크락시 전 총리는 2000년 사망할 때까지 다시는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

마니 풀리테를 기폭제로 기민당, 사회당, 공산당을 중심으로 40여년 간 지속된 이탈리아의 정치권에 상상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민의를 왜곡하는 중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로 바뀌고,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었던 비례대표제도 폐지되었다. 유권자들의 의식도 크게 바뀌었다. 1994년 총선거에서 정치 신인들 중심의 신당인 포르자 이탈리아가 하원 630석 가운데 366석을 차지하고, 우파 연정의 새 총리가 선출되는 등 정치권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권력의 갈등을 한국판 마니 풀리테로 보는 시각이 있다.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다. 그렇게 보고 싶은 기대일 수도 있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에 수사의 칼을 들이댔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피에트로 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모두 성격상 강골이라 타협이란 없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그런데 정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는 아직은 완전히 다르다. 피에트로 검사는 크락시 전 총리를 비롯해 이탈리아 의원 절반을 수사했다. 수사 중에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 우리는 원전 수사,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중에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시도, 이것이 무산되자 한발 더 나아가 징계를 시도하고도 뜻대로 되지 않자 급기야 탄핵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80석의 거대 여당은 마음만 먹으면 탄핵을 소추하고 의결할 수 있다.

그러면 일단 검찰총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결정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확신이 있으면 탄핵을 추진하면 될 일이다. 만약 탄핵이 추진된다면 아주 짧은 시간동안 검찰총장의 권력 수사를 정지시킬 수 있지만 2개월 징계 사유도 부족하다는 법원의 결정에 비추어볼 때 탄핵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탄핵을 추진한다면 역풍이 상당할 것이다. 탄핵 소추하지 않고 탄핵 언급만 한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겁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저급한 정치 공세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더욱이 공수처도 곧 출범하니 어느 칼날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할지 알 수 없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나중에 피에트로 검사는 정계에 진출했다. 장관도 하고, 이탈리아가치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는 금방 시들었다. 거기까지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린다. 2년 임기를 채우면 금년 7월에 물러난다. 피에트로 검사처럼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에 뛰어들지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그가 어떤 길을 걸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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