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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언제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라더니
 
2020-12-18 11:01:21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검찰 지나치게 통제하면 권력의 시녀 돼

秋의 검찰총장 압박은 검찰 독립성 위협

文, 윤 총장에 요구한 ‘부월’ 정신 잊었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결정, 그에 대한 법원의 번복, 법무부의 징계위원회 개최 등으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국가의 법 적용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직책의 두 사람이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지만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결정해놓은 것 같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당인사들은 연일 윤 총장을 공격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집단폭행”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과거 동양에서는 왕이 신하에게 중대한 임무를 부여할 때 ’생사여탈권’을 상징하는 ’부월(斧?)’ 즉 도끼를 하사하곤 했다. 문제해결에 필요한 전권을 부여한다는 의미였다. 전장에 나간 장군은 왕의 명령도 거역할 수 있다고 인식되었다.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고 확실한 신뢰를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7월 25일 현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부월’에 못지않은 특별한 지시를 내렸다.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다”고 말한 뒤,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선거 개입 의혹,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이 지시에 충실한 것 아닌가? 오히려 검찰이 청와대, 정부, 집권여당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지 않았다거나 살아있는 권력에 아부했을 때 검찰총장을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군대와 검찰은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외국의 군대와 내부의 범죄자라는 대상은 다르지만 이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사명은 동일하다. 총과 기소권이라는 수단은 다르지만 둘 다 상대방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고, 잘못 사용하면 권력을 찬탈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군대와 검찰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이 정치가의 중요한 과제였다. 지나치게 통제하면 정치의 시녀가 되어 유약해진 나머지 외적과 범죄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월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하여 현재까지 도출된 해답은 “객관적 통제(objective control)”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의 자의적 기준이 아니라 다수가 동의하는 객관적 기준을 적용하여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건은 군대와 검찰은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고, 대신에 정치는 이들의 고유한 영역과 권한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과 통제는 하되 그 적용은 최소화함으로써 이들 고유의 규칙과 관행을 존중해줘야 하고, 인사 및 예산편성에 있어서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향은 우리나라 군대에는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고 검찰도 그러하다. 검찰청법 제4조를 보면 검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대신에 정치인인 법무부장관에게는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라면서도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제한하고 있다. 검찰의 고유영역인 수사 및 기소에 관해서는 충분한 자율권을 보장함으로써 “객관적 통제”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바는 객관적 통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총장의 임기와 독립성을 직무배제나 징계를 통하여 위협하고 있고, 검찰의 인사를 실제적으로 관장하면서 수사에도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에 대한 장관의 장악력은 높아질 것이나 검찰의 사기와 수사력은 떨어질 것이고, 결국은 범죄자의 색출과 기소가 미흡해져서 사회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수의 국민들이 법무부 장관의 자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임명 시 요구한 ‘부월’의 정신을 검찰총장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면 해임해야 한다. 그러나 ‘부월’의 정신에 충실한데도 법무부 장관이 무리하게 징계한다면 나서서 조정해야 한다. 두 부하가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올바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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