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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상법 개정한 국회, 무슨 일 했는지 알까
 
2020-12-15 10:59:11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경제질서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당의 입법폭주가 도를 넘었다. 기업들의 애끓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기업규제 3법과 노동관계법을 끝내 자기들의 입맛대로 통과시켰다. 여당 TF(태스크포스)팀이 주최한 여론 수렴 절차는 '쇼'였다는 뒷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도 무력했다. 투지도, 정체성도 없이 오락가락하다 자멸했다. 유권자들 눈에는 표를 구걸하려고 상황을 이용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들은 야당에 더 화가 난다.

우리의 삶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할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보다 더 무서운 것이 기업규제 3법과 노동관계법이다. 기업 생태계를 직접 타격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흔들리고 일자리가 무너지면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화이트칼라 노동자보다 비숙련 저임금 근로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서민들의 삶이 더 찌들게 된다는 얘기다.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었다. 사실 3%룰은 기존 상법에도 있었다. 여당은 더 강화하려다 그만뒀다며 생색을 냈다. 한 대 덜 때렸으니 감사해하라는 말이다.

3%룰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감사위원 1명을 분리선임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감사위원은 이사회의 이사들 중에서 뽑았기 때문에 3%룰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하지만 감사위원을 이사회 구성원과 분리해 선임하게 되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 상태에서 감사위원이 소수주주 주도로 뽑힐 가능성이 대폭 커진다. 3%룰을 완화해도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그대로 두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이래서 나왔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라는 취지와 달리 투기펀드의 머니게임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 투기펀드 등이 3%씩 지분을 쪼갠 뒤 연합한 의결권으로 이사회에 진출해 각종 안건에 제동을 거는 방식으로 경영을 방해하면서 이득을 취하려 할 수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들어간 A기업 사태에서 최대주주는 지분 34.2%를, 이 기업을 공격하는 B사모펀드는 지분 25.06%를 보유했다. 표 대결을 하면 당연히 최대주주가 이기지만 대주주가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는 감사선임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B펀드는 지분 쪼개기를 행동에 옮겼다. 특수목적회사(SPC)를 5개 설립하면서 의결권 행사 주체를 1개에서 6개로 만들었다. 의결권이 각각 3%로 제한되더라도 B펀드가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8%가 된다. 난감해진 최대주주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 안건을 황급히 철회했다.

통상 펀드들은 겉으론 "적대적 M&A(인수합병)는 없다"거나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을 겨냥할 때 이 공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기업 인수는 싫다는 것이 진짜 속내다.

평생 기업 해 본 적 없고 경영에는 자신 없는 회계·법률 전문가들은 그저 수익 좋은 기업에 이사 1~2명을 파견해 기업을 요리하고 싶은 경우가 대다수다. 투기펀드를 국내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줄 선의의 관리자로 보려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순진할 정도로 부족한 발상이다.

국회는 사모펀드가 주식을 매집했더라도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까지 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발행주식 3%만 확보하면 주주제안권과 이사해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6개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지분 25.06%를 매집할 자금이 있는 펀드 입장에서 3% 지분 확보는 누워서 떡 먹기다. 여당 의원들과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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