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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지나친 음모론은 민주주의 위협… 국가안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2020-12-09 14:29:54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모론은 틀린 사실에 대한 '확증편향'이라 할 수 있다. 확증편향이 심해지거나 다수가 공유하게 되면 집단사고가 되어 다른 의견을 배척하게 된다.


난 4월 15일 총선이 종료된 이후 한국 사회는 일부 인사들의 부정선거 주장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11월 3일 실시된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도 최근 근거없는 주장이 난무하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선거부정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이 여과없이 한국 사회로 전달되고, 그러면서 각종 음모론(conspiracy theory)으로 연결되고 있다. 딥 스테이트(Deep State)나 일루미나티(Illuminati)라는 집단 이름이 수시로 거론되고, 이들의 음모로부터 한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자신만이 이러한 음모를 자신이 알고 있다면서 자랑스러워하는 태도도 보인다.


그러나 4.15부정선거도 근거 없는 주장이고, 미 대선도 바이든의 승리로 확정되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제시한 50여개의 소송은 대부분 기각되고 있고, 12월 5일 캘리포니아 주가 선거결과를 확정함으로써 바이든은 공식적으로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여(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은 270명), 당선이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등록자다 투표자가 많다거나, 사망자가 투표했다거나, 트럼프 지지표가 바이든 지지표로 둔갑했다거나, 참관인 없는 곳에서 몰래 개표를 했다는 등의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부장관이 12월 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결과를 바꿀만한 부정이 없었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양한 선거부정 주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고, 트럼프의 재선을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명해도 이들은 납득하지 않는다. 이미 음모론에 너무나 깊숙하게 빠져있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나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을 비롯한 사회관계망(SNS)에는 다양한 음모론이 도배를 한다. 정치인들의 언행은 절대로 말 그대로 이해되지 않고, 무서운 음모의 일단일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 각자가 음모론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각자의 노력이 합해져야 전체 국민의 지성과 지식수준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한 두가지를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은 후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유튜버보다는 정상적인 언론을 신뢰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오캄의 면도날' 활용 필요

음모론은 틀린 사실에 대한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이라고 할 수 있다. 확증편향에 빠지면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부합되는 정보는 선호하는 대신에 반대의 정보는 의도적으로 배척하게 되고, 따라서 음모론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확증편향이 심해지거나 다수가 공유하게 되면 집단사고(集團思考, Groupthink)가 되어 다른 의견을 배척하거나 동료들에게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도록 압박하게 된다.

국민들은 확증편향과 집단사고의 개념을 이해하는 가운데, 그의 폐해를 자각하고, 자신이 빠져 있는 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빠져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당연히 빠져 나오고자 노력해야 한다. 국민 각자는 다양한 출처를 통하여 정보를 획득하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말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말을 어떤 말을 들었더라도 어느 정도만 수긍하는 가운데 변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음모론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오캄의 면도날(Ockham's Razor)"이라는 개념이다. 이것은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이며 프란체스코회 수사였던 '오컴의 윌리엄'이 만든 진위 판별의 기준으로서, 간단하게 말하면 전제가 많은 설명일수록 틀릴 가능성이 높고, 가장 상식적이고 간단한 설명이 타당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참외밭에서 허리를 구부렸을 경우, 하필 참외밭에서 신발끈이 풀렸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발끈을 매기 위하여 허리를 구부렸다는 설명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희귀한 설명이 맞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가능하면 상식을 따른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고, 그러한 상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하여 독서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음모론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에서 억제되지 않을 경우 국가라는 공동체를 결정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음모론이 확산되는 이유를 식별하여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경주할 필요가 있고, 개인도 나름대로 음모론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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