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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게 나라인가?
 
2020-12-07 14:34:09

◆ 조영기 국민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정원법 개정안과 가칭 대북전단금지법안이 최근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들은 국가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법이다. 이런 중차대한 국가 근간 법을 거대 여당이 절대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여당이 다수결이라는 입법 형식을 빌려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결의 입법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바로 정체성 훼손이 헌법정신을 훼손해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들은 개혁입법이 아니라 개악의 악법이고 평가받고 있다.



우선 대공수사권을 통째로 경찰로 넘긴다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전하는 것이다. 수사권 이전이 전문역량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특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국정원의 대북정보와 경찰의 대공수사가 분리될 경우 대공수사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간첩수사에서 해외정보와의 연결고리가 차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치 심장수술을 심장전문의가 아닌 일반외과의사에게 집도를 맡기고 정보협력의 고리도 차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안수사경찰을 일반 수사경찰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관련예산도 급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경찰의 보안수사 역량을 약화시키려는 조치들이다. 이 조치들은 국정원도 경찰도 대공수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러니 일선에서 ‘간첩 잡을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국가 근간을 허물어뜨리는 법을 제정하는 나라는 건강한 나라가 아니다.


다음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등을 금지하는 대북전단금지법도 문제다. 이 법은 지난 6월 4일 ‘남조선당국의 탈북자들이 반공화국적대행위 감행’이라는 김여정 담화 직후 정부여당은 전단금지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는 ‘배드 캅’의 역할을 자처한 김여정의 폭언에 정부가 굴종(屈從)한 모양새이었다는 점에서 잘못된 대처이다. 이런 굴적적 행태가 반복되면서 우리의 국격(國格)은 심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단금지법에 대해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고, 미 조야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통일부 장관은 ‘국민생명안전법’이자 ‘남북관계개선촉진법’, ‘한반도평화증진법’이라며, ‘의결취지를 받들어 남북관계발전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이후 통일부는 북한의 폭언과 만행에는 침묵하고 오히려 대북전달 살포단체들에 대한 법인설립 허가 취소와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한 사무감사 강화하고 나섰다. 대북금지법의 문제는 원천적으로 북한정보화를 차단한다는 점이다. 북한정보화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와 민주,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신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자유민주의 통일인프라를 구축하는 시대적 책무이다. 통일인프라를 팽개치는 자충수는 참다운 나라의 행보가 아니다.



최근 통일부의 행보도 매우 실망스럽다. 지난달 18일 이인영 장관이 북한의 화답을 기대한 백신지원 제안은 다음날 “없어도 살 수 있는 물자”는 거부로 체면을 구기고 국격도 훼손시켰다. 이어서 이 장관은 23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건, 개성공단사업재개, 남북경협의 조속재개를 위한 4대기업의 협력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런 다발성 ‘대북 러브 콜’이 국제사회의 제재이행과 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제쳐두더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때문에 남북경협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북한의 핵폐기와 미사일도발 중단을 통한 국제규범의 틀 속에 들어오는 것이 순리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경협이 중단된 원인을 북한에 알리고 북한이 국제규범의 틀 속으로 회귀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따라서 북한의 국제규범위반이 남북경협의 실질적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반향없는 ‘대북 러브 콜’을 전송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위한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시대적 과제를 방기하고 대북 환상만 심어 주는 행태는 올바른 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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