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1 16:30:56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국방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이 달라질 것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우와 좌는 사회-경제적 시각차를 말하는 것이지 대외정책을 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관건이 되는 것은 한국의 소위 '균형외교'다.
미국의 바이든(Joe Biden)이 전 부통령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동맹국의 국민으로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을 축하한다.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일방적이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에 비하면 훨씬 합리적일 것으로 예상되어 안심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처럼 바이든 시대의 한미동맹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자 한다면 한국도 그에 맞춰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외교정책을 선택할 지를 예상해보기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유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방향은 4년의 재임기간을 통하여 드러났고, 4년 동안에 적지 않은 실수가 있었으며, 바이든은 그것부터 시정하고자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었다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Policy)"가 지속 및 강화되었을 것이고,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었을 것이다. 중국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접근과 인식은 증대되었을 것이고, 대만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활동도 강화함으로써 중국과의 대결 구도는 더욱 격화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대결을 실행하거나 그 경우 승리를 거두었을 것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는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인 전략보다는 자신의 직관에 더욱 많이 의존하고, 참모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지시하며, 무엇보다 동맹이나 우방국들과의 협의나 협조를 중요시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견제에 성공하였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중국견제나 인도-태평양 전략의 시행에 동맹국들의 참여나 협조는 소극적이었을 것이고, 오히려 미국이 고립되는 상황을 초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핵 문제에 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을 거두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에게 핵무기는 물론 장거리 미사일까지 폐기해야 한다면서 회담을 결렬시켰지만, 북한의 김정은이 대화를 희망하거나 친서를 보내면 마지못한 척 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8년과 2019년에 그러했듯이 그렇게 대화를 계속하는 동안에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했을 것이고,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면서 크게 개의하지 않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중국 편인 북한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면서 북한에게 어떤 양보를 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결국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완성하여 미국을 위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나 일본을 보호하기 위하여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이행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도시들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자국의 안전보장에만 신경 쓸 가능성도 낮지 않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한미동맹과 한국 안보가 상당히 불확실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게 방위비분담의 증액을 지속적으로 압박했을 것이고, 한국이 이에 불응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로 위협하거나 실제로 감축을 결정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36년의 상원의원 경험과 8년의 부통령 경험을 가진 온건하면서도 합리적인 바이든의 당선이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Anything but Trump?
국민 통합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Anything but Trump"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했던 외교정책의 교정과 복구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의(America First Polic)" 정책이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미국 위상을 크게 손상시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계질서 유지국으로서의 책임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는 이미 취임하는 날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세계 기후협약"에 복귀할 것이라고 공약하기도 했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유엔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상생과 협력을 중요시하면서 당분간 대결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하여 중국에 대한 경쟁적 접근은 훨씬 완화될 것이다. 다만, 북핵의 경우 바이든 당선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감축하는 등의 가시적인 조치가 선행되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인권 문제를 강조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는 악화될 우려가 있다.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면서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중국이나 동맹 및 우방국들의 협조를 획득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하여 북한을 고립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경우에도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서는 훨씬 유연하면서도 협력적인 정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기간에 바이든 당선자는 방위비분담을 더욱 얻어내기 위하여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으로 위협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양국 간의 방위비분담 문제는 적절한 선에서 타결될 것이고, 동맹간 협의도 무척 긴밀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외교관 및 군인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서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위와 같은 방향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여 그것이 기대하는 대로 그대로 구현되거나 성과를 낸다고 볼 수는 없다. 냉전 시대와 달리 현재의 세계는 미국 혼자서 주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구현되려면 다른 국가들이 협조하면서 함께 노력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이 세계 지도국의 위상을 재확보하고자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그것을 인정하거나 미국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자 하더라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구현되지 못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란과의 핵합의에 복귀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란이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을 지속한다면 이 복귀는 이행되기 어렵다. 북핵 문제나 한미동맹의 경우에도 북한의 양보나 한국의 협력 없이 미국의 구상을 이행할 수는 없다.
선거를 통하여 차이점이 부각된 탓에 사람들은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서 대외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적인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우와 좌, 보수와 진보는 사회 및 경제에 관한 시각 차이를 말하는 것이지 대외정책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분야 별로 전문가들이 포진하여 분야별 정책을 정립 및 시행하고, 그것이 모여서 국가의 정책으로 종합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국익 중심의 외교정책 방향은 대통령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태도에 더욱 좌우
한미동맹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서 훨씬 유연하면서도 협조적인 자세를 견지하겠지만, 한국도 어느 정도 부응해야 이러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한국이 방위비분담에 계속 인색한 모습을 보이거나 북핵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한미연합사령부의 사령관을 한국군으로 대체하겠다는 등의 일방적 주장을 강화할 경우 한미 양국 간에 불신이 발생하면서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건이 되는 것은 한국의 소위 '균형외교'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언사는 부드럽게 바뀌겠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대결의 구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이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과 중국을 대등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바이든 대통령이 알아차릴 경우 상당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등으로 영역을 분할함으로써 미국에게 동맹국으로서의 신뢰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라고 하더라도 한미동맹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고, 미일동맹에만 의존해도 괜찮을 수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더욱 한미동맹에서 한국이 할 바가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을 위한 한미 양국 간의 정책공조를 강화하고, 당연히 북한의 핵위협이 해소될 때까지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할 것이다. 가장 급선무는 방위비분담 문제를 타결하는 것이다. 취임식이 있기 이전에 타결함으로써 미국에게 한미동맹에 관한 한국의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민들도 동참해야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1월 20일 취임을 하고 인준을 거쳐 각료들의 상당부분을 임명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각료가 제대로 임명되지 않는 전환기에 우리 정부가 대미외교를 위하여 조치할 수 있는 바는 많지 않다. 바이든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면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1년 정도만 임기를 남기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 정부보다 국민들의 자세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첫째, 국민들은 자유, 공정, 정의의 민주주의의 가치에 근거한 한미동맹의 이의를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 덕분에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 속에서도 경제발전에 성공하였다. 최근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한미동맹은 필수적이다. 한미동맹의 경우 안보나 경제적 상호이익도 중요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의 높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점에서 한미 양국이 더욱 노력한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근거없는반미감정, 일방적인 미국 비난은 자제해야할 것이다.
둘째, 미중대결의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국민 모두가 공감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균형외교'라는명분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균형외교'의기본적인 방향은 안보에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요시하고, 경제에서는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 것일 것인데, 최근 지나치게 중국 쪽으로 경사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안보와 경제를 분리한다는 인식을 갖고, 튼튼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상태에서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도모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안보를 위하여 경제를 희생할 수는 있지만, 경제를 위하여 안보는 희생할 수 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모든 국민들이 깊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막강한 핵전력 없이는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할 수 없고,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유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하여 협조해준 것이 없다. 한국의 정부 관리와 지식인들은 북한과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생각 하에서 철저한 공조체제를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정부에게도 그러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넷째,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중요시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같은 민족인 북한 주민이 저와 같이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는 데 대하여 남한의 정부나 국민들이 계속 침묵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 정부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규탄하여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자유를 찾아서 북한을 탈출한 동포들에 대해서도 국민 각자가 따뜻한 시각으로 보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 자주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 자주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없어짐으로써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안보가 없는데 어떻게 자주가 있겠는가? 오히려 자주에는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한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북핵도 우리가 나서서 해결하면서 미국의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고, 한미동맹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관리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거나 한미동맹의 발전을 미국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자주적인 태도가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들은 구호로서의 자주가 실질적인 자주를 추구할 필요가 있고, 구호로서의 자주라는 선동에 넘어가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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